은행원들 ‘꿈의 직장’ 옛말…디지털뱅킹·코로나19 가속화로 지점 폐쇄 급물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원의 대량 퇴직 사태 발생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은행은 ‘꿈의 직장’이라 불리며 안전한 고용 환경이 유지됐지만, 현재는 디지털 금융의 가속화로 직원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 내에선 대량 해고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공론화되진 않고 있다.
지금 당장 은행권 내에 대량 퇴직 사태가 발생해도 이 문제를 받아 드릴 수 있는 사회적 준비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지적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405개에서 올해 상반기 6326개로 줄었다. 6개월 만에 79개의 점포가 사라졌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폐쇄된 지점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은 타 지점으로 이동 조치됐으며 퇴직으로 인한 인원 감축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말 국내 4대 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5만8742명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만755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6개월 만에 1192명이 은행을 떠난 것이다.
이처럼 은행권의 인력 감소가 가속화된 것은 디지털 뱅킹 전환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채널 증가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6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뱅킹으로 은행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매년 8% 이상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고객 은행 내방을 더욱 감소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들은 경쟁력 없는 점포들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재배치 해 잉여 인력이 발생,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희망퇴직을 1년에 한 번씩 모집했지만 최근 2회 실시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어 은행권의 인력 감축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가 다가오는 은행원들은 희망퇴직 조건이 가장 좋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며 “희망퇴직으로 최대한 은행에서 많은 보수를 챙겨줄 때 나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감원 바람은 국책은행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50세가 넘으면 임금피크제를 걱정해야 한다”면서 “임금피크제에 걸리면 은행을 그만둬야 하는데 감원되는 것보다는 희망퇴직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최근 80년생도 희망퇴직자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인원 감소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국내 유수의 노동 연구소 및 단체들 가운데 은행권의 인원 감축 문제를 다룬 곳은 찾아 보기 어렵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부에서도 은행권의 고용 불안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점 폐쇄로 은행권의 인원 감축 문제 대신, 줄어든 지점만큼 불편을 떠안아야 하는 금융소비자들의 입장에 서고 있다.
노동계도 이렇다 할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 은행권 노동조합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은행들이 공공성을 생각해서 점포를 줄이고 인력을 감원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인력을 감소시키는 방법보다는 신입 직원을 안 뽑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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