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기태 기자] 지난해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총액이 1년 전에 비해 15조원 넘게 줄었다. 내부거래 금액이 감소하면서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도 1년 새 0.8%p 낮아졌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현재 총수 일가 지분 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 이상)가 대기업집단 계열사와 거래할 때 내부거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재권)는 국내 71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4개 집단 2197개 기업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 총액은 158조88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74조70억원에 비해 8.7%(15조1208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액은 2019년 1391조9917억원에서 지난해 1357조595억원으로 2.5%(34조9322억원) 감소했다. 전체 매출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2.5%에서 2020년 11.7%로 0.8%p 낮아졌다.

공정위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 기업의 내부거래액 역시 줄었다. 지난해 내부거래 규제대상 기업 260곳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210곳의 내부거래액은 총 7조8269억원이었다. 이는 2019년 8조8007억원보다 11.1%(9737억원) 감소한 수치다. 내부거래 비중도 1년새 0.8%p 낮아져 11.1%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내부거래도 지속해서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CEO스코어 조사 결과 연도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총액은 △2018년 177조원 △2019년 174조원 △2020년 159조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조사대상 54개 대기업집단 중 20곳의 내부거래 비중이 줄었고, 22개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커졌다. 

내부거래를 줄였지만 전체 매출 또한 축소되며 내부거래 비중이 올라간 경우와 내부거래액은 늘었지만 매출이 동반 확대됨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든 사례도 다수였다. 

그룹별로는 삼양의 규제대상 기업 간 내부거래 비중이 2019년 67.6%에서 지난해 33.5%로 34.1%p 줄어들며 축소폭이 가장 컸다. 삼양그룹은 내부거래액이 1년 새 3% 감소한 반면 전체 매출이 95.6% 증가하며 내부거래 비중 축소 효과를 크게 봤다. 

이어 △동원 23.4%p △CJ 17.5%p △세아 15.5%p △넥슨 14.5%p △하이트진로 6.4%p △이랜드 6.4%p △한국타이어 6.2%p △SM 4.9%p △애경 3.7%p △HDC 3.3%p △삼성 1.4%p 등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 축소 규모가 컸다. 

또 △효성 0.8%p △GS 0.5%p △부영 0.3%p △중흥건설 0.3%p △태광 0.1%p 등도 규제대상 기업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이지만 감소했다. 

SK와 LG, 롯데, 한화, LS, 한국투자금융, 네이버, 넷마블, 태영, 한라, 금호석유화학, 동국제강 등은 규제대상 기업 간 내부거래 매출이 2019년과 지난해 모두 없었다. 현재 LG와 한국투자금융, 동국제강 등 3개 그룹은 공정위의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가 없다. 

반면 셀트리온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9년 0.3%에서 지난해 14.2%로 13.9%p 높아지며 확대 규모에서 1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과 함께 △금호아시아나 12.9%p △영풍 12.5%p 등도 10%p 이상 내부거래 비중이 커졌다. 

이어 △아모레퍼시픽 9%p △한진 7.5%p △카카오 7%p △DB 6.5%p △두산 5.5%p △호반건설 3.6%p △DL 3.4%p △IMM인베스트먼트 3.2%p △미래에셋 2.2%p △유진 2.1%p △장금상선 1%p 등의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오는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260개인 규제대상 기업수도 704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안은 규제대상을 상장·비상장사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을 20% 이상으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그룹별로 대방건설의 규제대상 기업이 현재 4곳에서 개정 이후 36곳 늘어 40개까지 확대된다. 이어 △GS 23곳 △호반건설 20곳 △신세계 19곳 △효성·하림 각 18곳 △중흥건설 17곳 △넷마블 16곳 △LS·이랜드·유진 각 15곳 △세아 13곳 △OCI 12곳 △SK·HDC 각 11곳 △삼성·현대해상화재보험 각 10곳 등의 그룹에서 규제대상 기업이 10곳 이상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