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기자 입력 : 2021.05.26 18:55 ㅣ 수정 : 2021.06.07 17:18
블랙록 앤드류 앙 전무, "계량화된 ESG투자 진행 중" VS. 정삼영 연대교수,"과학적 ESG평가기준 없으면 눈먼 돈 양상 우려" / 새로운 투자패러다임 ESG의 미래엔 공감
[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26일 열린 '대한민국 ESG금융 포럼'에서 두 명의 주제발표자는 ESG가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정착되고 있는지를 둘러싸고 '창'과 '방패'의 논쟁을 벌였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팩터 투자(계량 투자) 및 ESG 전문가인 앤드류 앙 전무는 '선진금융시장 ESG 투자현실과 과제'라는 1주제 발표를 통해 ESG투자의 실효성을 강조하는 '방패'의 입장을 보였다.
블랙록은 이미 방대한 ESG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존의 계량 투자 모델에 결합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SG가 주요 투자의 새 기준으로 정착됐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비해 정삼영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국내외 ESG평가기관의 퍼포먼스와 4대금융지주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2주제 발표에서 ESG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 공시된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정량적 성격에 그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ESG평가의 과학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창'의 입장을 보인 것이다. 특히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3대 ESG평가기관들의 상장 대기업 평가가 ,서로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ESG는 기업의 경영 및 투자에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비재무적' 데이터이기에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지게 된다.
■ 앤드류 앙, "기존의 계량투자 모델에 ESG평가를 결합한 수많은 투자들이 성공적인 수익률 보여"
앤드류 앙 전무는 "팩터 투자자(계량 투자자)라면 당신은 이미 ESG 투자자"라며, "올바른 ESG 분석은 훌륭한 투자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앙 전무는 ESG라는 비재무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한지에 대해, "경제에서는 투자자마다 개인의 편견이나 행동을 가질 수 있다"면서 "넓게 보면 우리는 ESG 데이터가 이러한 경제적 근거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SG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요소(팩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블랙록의 포트폴리오가 다른 것과 거의 동일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ESG를 20% 개선하고 탄소를 5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E)이나 사회적 가치(S)를 계량화하고 이를 계량투자 모델에 결합시킴으로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ESG는 어떻게 하면 훌륭한 투자를 이끌어낼 팩터가 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ESG 데이터'다.
앤드류 앙에 따르면 블랙록은 데이터 기반의 최신 알고리즘으로 ESG를 분석했다. 그는 "많은 ESG 데이터가 기존의 데이터가 아니기기 때문에 이는 최첨단"이라며 "오늘날 우리는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되는 비전통적인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가 ESG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기업들의 환경 관련 특허 데이터, 이사회 회의록 등에 나타난 환경과 사회와 관련된 발언등을 방대한 데이터로 구축하고, 그 평가를 ESG투자모델에 반영함으로써 실제로 수익성 창출이라는 결과를 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 데이터의 사용은 모든 유형의 투자에서 점차 더 보편화될 것"이라며 "ESG를 블랙록사에서 실행하는 모든 투자 전략에 적용했다. ESG를 적용해 ESG 결과를 창출하고, 수익률을 높이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정삼영 교수, "ESG에 대한 명확한 평가기준 마련 못하면, 가상화폐시장 같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정삼영 교수는 "최근 가장 뜨거운 2개의 금융이슈는 가상화폐와 ESG투자인 것 같다"면서 ESG 시장도 우리 지금 혼란을 겪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화처럼 변질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ESG에 대한 정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ESG에 투자된 수많은 자본이 눈먼 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정 교수는 “공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ESG 등급을 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못한 방식”이라면서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신뢰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공시된 정보는 대기업에 좋은 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정성이 아닌 정량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평가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ESG평가를 토대로 자산운용사 등이 상품을 배제도 하고 추천도 하는데, 평가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최종투자자들에게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ESG평가기관들의 평가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평가대상 기업 숫자는 약 1000개에 불과하나, 해외는 1만여개로 10배의 차이를 보인다. 업데이트 간격도 해외는 1일에서 1주일 사이라면 한국은 1년에 1~2회 수준이다.
정 교수는 ESG등급과 투자성과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앤드류 앙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정 교수는 “ESG와 투자성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ESG와 투자성과 간 상관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단계”라며 “투자성과가 특정 업종에 대한 선호도 등 ESG펀드가 가지고 있는 다른 요소들로 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ESG로 승부를 보는 업계는 무조건 ESG 등급과 투자성과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많은 학자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 정삼영 교수와 앤드류 앙 전무, ESG평가를 위한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데이터' 필요성엔 의견일치
다만 정삼영 교수는 앞으로 ESG가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ESG가 주식, 채권 등 다양한 투자에 사용되고 있고, 대체투자에 그 활용 가능성이 더욱 무궁무진한 상황"이라며 "2019년까지만 해도 잠잠했던 세계적 ESG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서 3~4배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국내 ESG채권 상장 종목은 549개, 상장 잔액은 82.6조원이었다. 이중 376개는 새롭게 상장된 종목이다.
앤드류 앙 전무와 정삼영 교수는 결국 ESG가 금융투자에 미래이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일치를 봤다. ESG평가를 위한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데이터'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한국의 ESG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만큼 '대한민국 ESG금융포럼 2021'과 같은 토론의 장을 통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ESG투자가 과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실증적 접근이 이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열린 이번 ‘대한민국 ESG 금융포럼 2021’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 국회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 그리고 종합경제매체 뉴스투데이가 공동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