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유통업 위기 속에서 홈플러스 노조가 파업에 나선 까닭은

안서진 입력 : 2020.07.06 16:35 ㅣ 수정 : 2020.07.06 16:35

경영권 인수한 사모펀드 MBK, 안산·둔산·대구점 매각 검토 / 노조, “폐점과 같아…앉아서 당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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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안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통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가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협약이 결렬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여기에 6일부터 쟁의지침 1호에 따라 등 벽보 달기, 매장투쟁 등의 일부 쟁의 행위(파업)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는 기존 임금 협상 문제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경기 안산·대전 둔산·대구점의 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과 맞물리면서 더욱 악화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 악화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연이은 ‘적자 쇼크’로 안산·둔산·대구 등의 점포 매각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 노조가 지난 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는 노동조합 쟁의권 확보 이후 처음 진행된 간부파업으로 전국 120여 개 노동조합 지회 간부들이 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앞서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 4월 23일부터 총 7차례 걸쳐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지난달 29일 최종 협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결렬되면서 결국 결의대회를 열고 쟁의 행위(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6일부터는 전 조합원 등 벽보 달고 근무하기, 매장 투쟁, 선전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 위험을 알고 있지만 MBK가 멀쩡한 매장을 매각하고 폐점한다는데 매장에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면서 “매장 분위기는 코로나로 죽으나 폐점하고 쫓겨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또한 “MBK의 이번 매각 및 폐점은 3개 매장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음 매각은 여기가 될 거라며 구체적인 10여 개 매장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순서만 다를 뿐 140개 매장 어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3개 매장 조합원들이 앞장에서 싸울 것이며 이는 홈플러스 2만 직원 모두를 지키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 측은 지난해 10월 요구했던 기본급 18.5% 인상안을 5.9%인 한 자릿수로 줄여 수정안을 회사 측에 6일까지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준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 언론국장은 “직원들한테 먼저 알렸고 이후 기자분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6일 회사에도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져 기존 노조의 요구안인 18.5% 인상안을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안 수용 시 추가 발생 비용은 3700억 원 가량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38.4% 감소한 1602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다. 대형마트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경영 악화 속 현재 홈플러스 임원진은 3개월 간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가 수정 제시한 5.9%에 대해서는 협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동행세일이 지난 주말만 유일하게 비껴가서 고객분들께서 혹여나 쇼핑하는 데 불편을 초래할까 걱정했다”면서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6일까지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오후 3시 기준 사측과 아직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정요구안을 가지고 회사와 노조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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