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ETF 몰입하는 개미들…발등에 불 떨어진 자산운용사 승부수는?
ETF 상품 기획과 펀드 상품 다양화에 집중할 듯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국내 펀드 순자산이 회복되고 있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으로 몰리면서 ETF 운용규모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하는 ‘패시브 ETF’가 거래편리성과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수요가 지속적으로 몰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ETF 상품 기획 등에 집중하는 한편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상품 다양화에 나설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내 공모·사모펀드의 순자산(운용 결과에 따른 가치) 총액은 671조7948억원으로 3월 말보다 25조6052억원(4%)이 증가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서서히 안정을 찾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했던 펀드 자산이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순자산 규모는 펀드의 투자 원금인 설정액(682조8117억원)보다 더 적어 펀드가 사실상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이 패시브 ETF 투자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패시브 ETF는 펀드매니저들이 펀드운용에 적극 개입하는 액티브 ETF보다 수수료가 적고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펀드에 비해 거래 편리성도 높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안정성보다 고위험에도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ETF 운용규모가 큰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호재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수익에 타격을 입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ETF 시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펀드 시장의 침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인버스·레버리지 ETF…‘시장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개미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장은 지난 한달 새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지난 22일 기준 순자산총액이 46조193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23일보다 17.2%(6조8055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중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량은 압도적으로 높다. 한달 간 개인 투자자들의 전체 ETF 순매수 거래대금은 2조6280억원으로 투자자들 중, 가장 거래가 활발했다. 지난 1월보다 무려 6000억원(30%) 정도가 증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ETF와 레버리지ETF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버스ETF는 기초지수의 반대방향으로 수익률이 계산돼, 주식 하락장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반면 레버리지ETF는 지수가 상승세일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과 같이 주식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지수 상승과 하락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여력이 많아서라기보다 최근 예·적금 등 금리도 낮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이 이유”라며, “ETF는 펀드보다 거래가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더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버스·레버리지ETF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에서 불확실성 자체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여타 ETF에 비해 지수의 상승·하락 여부만 신경쓰면 투자하기도 쉽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인버스ETF 종목은 기초지수(KOSDAQ150)가 일별 -1% 하락 시, 수익률이 +1% 상승하는 상품인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였다. 지난 한달 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5324억원으로 49%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KODEX 인버스’가 전체 거래대금의 47%(5109억원)를 차지했다. 이 역시 F-KOSPI200이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ETF다.
한편 레버리지 ETF종목에서는 ‘KODEX 레버리지’가 무려 75%를 차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60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KOSPI200이 일별 1%씩 오를 때마다 수익률이 2배로 늘어나는 상품이다. 반대로 지수가 1% 하락하면 수익률은 2% 안팎으로 떨어진다.
■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시장 76%↑ 차지…중소형사들 펀드상품 다양화할 듯
현재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순자산 규모는 삼성자산운용이 24조7209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0조5782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케이비·한국투자·한화·엔에이치아문디·키움자산운용 등도 ETF를 운용한다. 하지만 나머지 49개 중소형사들은 ETF 운용 규모가 작거나 운용 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ETF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대형사가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사들은 수익률에 타격을 입고 있다. ETF를 운용하지 않고 있는 42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한달동안 운용한 전체 펀드규모(펀드에 유입된 총 자금)는 7조52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3월 같은 시기보다 2.4%(1조8362억원) 떨어진 수치다.
반면 ETF 운용 대형사들은 대부분 수익률이 올랐다. 이중 삼성자산운용은 43조6505억원을 기록하면서 2~3월보다 13%(5조0354억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0조0578억원을 달성하면서 4.7%(1조3414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ETF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펀드 시장은 계속 찬바람이 불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ETF 운용 중형사 관계자 A씨는 “예전에는 액티브 공모펀드도 수요가 높았는데 이젠 투자자들이 투자 자율성이 높은 패시브ETF로 몰리는 추세”라며 “향후 패시브ETF 상품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ETF를 운용하지 않고 있는 중소형사들은 선택권이 많지 않다. 공모펀드는 수수료가 높고 매매 등에 있어서 제약이 많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지 오래다. 라임펀드사태로 사모펀드까지 투자기피 현상이 생겼다. 전통적인 주식형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까지 안 좋아진 것이다.
A씨는 “공모펀드가 ETF 등에 비해 투자자 보호가 굉장히 잘 돼 있음에도 외면받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안정성보다 수익률에 집중하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ETF가 없는 중소형사들은 펀드 상품을 다양화하는 등의 대응책을 펼칠 수 밖에 없다.
B씨는 “ETF 시장이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결국 발행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며, “패시브형 펀드 이외에도 채권형 액티브ETF 등 다양한 상품 구성이 뒷바침된다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ETF 강세 속에서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공략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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