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이문환 행장, 6000억원 증자 승부수…정상화 초석?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지난 6일 케이뱅크가 약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를 딛고 이문환 행장의 ’친정’인 KT를 최대주주로 올리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돼 유상증자 및 영업 등 모든 계획이 중단되며, 추가 주주 영입이나 KT 자회사를 통한 유상증자가 유력한 ‘플랜B’로 꼽혔다.
그러나 KT 출신 이문환 전 BC카드 대표가 케이뱅크 신임 행장으로 취임하며, KT와 함께 케이뱅크 육성 의지를 보여주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케이뱅크는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5949억원(1억1898만 주)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증자가 마무리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에서 약 1조1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4월 총선 이후 열릴 임시국회에서 지난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는 KT를 최대주주로 올리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에 따라 신주가 배정되는 ‘주주배정 방식’이다. 케이뱅크의 주주구성을 보면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 우리은행 13.79%, KT·NH투자증권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케이로스 9.99%, 한화생명 7.32%, GS리테일 7.2%, KG이니시스와 다날이 각각 5.92%를 보유하며 뒤를 이었다.
유상증자의 주식대금납입일(주금납입일)은 임시국회 이후인 6월 18일이다. 주금납입이 진행된 후, 주식이 인수되지 않거나 청약금액이 납입되지 않아 잔여주식·실권주가 발생하면 주요 주주사들이 나눠서 인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 때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실권주를 인수해 지분을 최대 수치인 34%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 건은 케이뱅크 신임 행장인 이문환 전 BC카드 대표가 정식 취임 뒤 약 일주일 만에 이루어진 성과로 ‘친정’인 KT와의 관계가 주주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인 만큼 차기 행장에 금융과 ICT 기술에 능통하며 자본 확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했고, 업계에서는 이 행장이 그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의견이다.
이 행장은 KT에 입사해 신사업개발 담당, 경영기획부문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18년부터 BC카드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1월 KT를 최대주주로 올리고 59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돼 추가 유상증자 규모가 276억원으로 급감했다.
또한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해부터 신규 대출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실제 케이뱅크는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등 주력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며 사실상 은행의 기능을 못 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뱅크가 KT 자회사를 통한 우회 증자나 NH금융지주회사의 추가·신규 주주 영입 등의 계획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행장은 꼼수라 불리던 KT 계열사를 통한 우회 증자 방안을 피해 다시금 KT를 최대주주로 내세우는 전략을 취하며 정면돌파를 한 것이다.
만일 임시국회에서 인터넷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다 해도, 이 행장을 통해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BC카드나 KT에스테이트, KT DS 등의 계열사와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케이뱅크 측은 주금납입일까지 시간이 남았고, 아직 인터넷 은행법의 통과 여부를 알 수 없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를 위한 법 개정 추진 여부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정선 산출 방안인 바젤Ⅰ의 적용 기간 3년이 끝나 올해부터는 바젤Ⅲ가 적용되고, 개인신용대출의 위험가중치 적용률이 75%로 기존 바젤Ⅰ의 100%보다 낮아 자기자본비율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케이뱅크는 별도의 자본확충안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상반기 동안은 규제기준인 10.5%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행장은 징검다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