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韓 기업 신용등급 하향조정…도미노 하향 우려
코로나19發 흔들리는 신용등급, 항공·해운·유통 등 실적 악화 불가피
[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기업의 질적 저하가 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고, 전보다 더 높은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이란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국내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하거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지난 2월 초 LG화학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인 ‘A3’에서 네 단계를 낮춘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 이마트는 투자적격등급 중 마지막 등급인 ‘Baa3’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이달 16일에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검토대상에 올렸다. 기업이 하향조정 검토대상에 오르게 되면 4개월 내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화생명의 신용등급은 ‘A1’, 한화손해보험 신용등급은 ‘A2’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신용등급 유지 여력이 약한 한국 기업의 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국내 주요기업들 가운데 약 23%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S&P는 현대제철(BBB)에 대해서 철강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판매량이 감소함에 영업실적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도 실적 저하와 공격적인 투자로 인한 재무 안정성의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KCC에 대해서도 국내 주택시장 경기의 둔화로 영업환경이 악화될 것을 예상하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마트에 대해서는 S&P 역시 무디스와 마찬가지로 영업환경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부정적’이란 등급 전망을 내놓았다.
무디스 한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 하에 수익성 약화와 위험 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인 자본적정성 압박에 따른 신용도 약화를 고려한 것”이라며 “경제성장 둔화, 저금리 장기화, 하방 리스크를 가중하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고려하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기업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글로벌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둔화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무디스는 올 초 한국 경제 성장률을 2.1%로 전망했으나, 이달 1.4%로 낮췄다. S&P 역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1%에서 1.6%로 낮췄다. 이는 한국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섯 번째로 많은 국가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은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고 기업의 신뢰도가 하락하며 정부 및 각종 기관에서 시행하는 정책에 입찰할 시 불리한 조건을 적용 받게 된다. 이처럼 신용등급의 하락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며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는 또 다시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등급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곳이 항공업계이다. 무디스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낮췄으며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검토’로 조정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미래에 발생할 항공 운임 채권을 기초자산으로해 발행된 증권인 유동화 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최근 운항 노선 취소, 감편 등으로 운임 채권 회수율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의 대부분이 ABS 상환에 쓰이게 될 경우 항공사의 유동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했고, 3월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줄어든 항공편으로 기재 가동률이 하락하며 고정비를 감당하기 더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항공업 뿐 아니라 숙박·유통 등 다양한 업계의 환경이 부정적으로 평가받으며,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산업환경이 악화되며 외부적인 요인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이 악화된 만큼 기업 경영 및 투자 등의 부문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공급 축소 및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인해 항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나, 코로나19 이전에도 공급 과잉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용 기재가 축소되지 않는 한 궁극적인 산업 구조조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사업운영의 축소 및 경영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했다.
또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재무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강등 압박을 더 받을 것이라며, 투자 축소 등 유연한 재무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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