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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

(11) 서울대 이정동 교수, LG화학의 성공배경은 '스케일업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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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솔
입력 : 2019.09.19 17:21 ㅣ 수정 : 2019.09.19 17:21

[ CEO 북클럽] LG화학 성공배경은 '스케일업 혁명'

▲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CEO북클럽'에서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대통령 경제과학 특보 이정동 교수, 한국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스케일업 결핍'지적

 

'아이디어-스케일업-개념설계-신기술 창조'의 4단계중 스케일업은 시행착오 과정

 

[뉴스투데이=김진솔 기자] "우리나라 발전이 정체되는 이유는 '개념설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분야를 알아본 결과, 실행하는 역량은 상당히 쌓아왔지만 설계하는 역량은 부족합니다."

 

현재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활동 중인 이정동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개념설계를 언급했다.

 

해외의 선진기술을 모방해 더욱 뛰어난 기술로 발전시키는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스케일업'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CEO 북클럽'에서 '축적의 시간: 스케일업 혁명'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스케일업'은 개념설계를 위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 과정에서 얻는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교수는 "글로벌 챔피언 기업의 힘은 희미한 아이디어를 스케일업하는 인내입니다" '아이디어-스케일업-개념설계-신기술 창조'의 4단계에서 스케일업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한국경제는 '선진국 단계'에 안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① 개념설계 역량 부족, 산업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해결방안은 스케일업 혁명

 

다이슨 무선청소기, 애플의 스마트폰 등은 모두 '스케일업'과정 통해 탄생

 

이 교수는 개념설계 역량 부족에 대해 "반도체·조선·소프트웨어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행역량은 우리나라의 강점이자 한계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조선 등이 뛰어난 이유는 군사정권, 독재정권 등 혼란한 시기에도 삼성, 현대 등이 꿋꿋이 선진국의 기술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도록 인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교수는 "이제 선진국의 기술을 가져오는 방법은 중국이 뛰어나므로 경쟁이 안된다"며 "중국은 개념설계에 도전하며 안되고 계속해서 시도하므로 시행착오 경험이 쌓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교수가 내놓은 한국 산업경쟁력 향상 방안은 최초의 기술을 창조하는 개념설계다.

 

그는 설계하는 역량의 예로 애플의 아이폰을 들었다. 아이폰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기존 피처폰보다 가볍고 통화가 잘되기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아이폰에는 앱스토어라는 생태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어플을) 창조할 수 있는 개념이 들어가 있고 컴퓨터가 포함되는 등 새로운 개념을 만든 것"이라며 "즉, 우리나라의 삼성, LG 등도 스마트폰을 잘 만들지만 개념을 만들어내는 힘은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연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기초인 '아이디어'는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먼저 "젊은 대리급 직원을 1박 2일 교육하고 브레인스토밍해서 아이디어를 내 보라고 하면 혁신적인 아이템이 1인당 10개씩은 나온다"며 "문제는 아이디어의 현실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이디어 현실화, 즉 스케일업의 예로 다이슨의 먼지 봉투 없는 무선청소기를 들었다.

 

다이슨을 글로벌 청소기시장 선두주자로 만들어준 해당 제품은 다이슨 설립자이자 전 CEO였던 제임스 다이슨의 스케일업으로 만들어졌다.

 

제임스 다이슨이 우연히 목재를 가공하는 제재소에 들렀을 때 톱밥을 분리하는 기계를 보고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부차적인 내용이다. 그가 5년 동안 무려 5127번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종류는 다르지만 아이디어는 업계마다 쌓여있다"면서 문제는 이처럼 5년, 5000번을 할 수 있냐"라고 말했다.

 

▲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CEO북클럽'에서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한국기업의 문제점으로 스케일업을 꼽은 이 교수는 또 다른 해외 성공사례와 국내 실패사례를 비교했다.

 

먼저 성공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다.

 

이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데이터를 처리하면 자연스레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낮출 냉방 비용 절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스케일업은 미 해군 잠수함 장교 출신 엔지니어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시작됐다.

 

그는 에어컨으로도 열을 줄이기 어렵자, 바다에 빠트리는 '수랭식'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계를 물에 넣으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바다를 이용해 조력발전까지 스케일업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부터 작은 크기의 데이터 처리기계를 물에 빠트리는 실험을 시작하면서 아이디어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기우제는 비 올 때까지 지낸다"고 요약했다.

 

반면 이 교수는 우리나라 판교 게임산업의 경우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판교 게임업계의 경우 프로젝트 도중 멈추면 개발자들이 모두 잘리는 환경이므로 부족하거나 사소한 문제가 있어도 중단을 못 한다"고 했다.

 

이어 "다이슨처럼 5000번 넘는 시도를 해야 하는데 시제품이 실패할 때마다 시말서를 받으면 스케일업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CEO북클럽'에서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② 독창적 개념설계를 위한 축적의 전략 5가지

 

LG화학은 6년의 실패딛고 디스플레이 분야 '개념설계'역량 획득

 

이 교수는 "5000번의 시행착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며 효과적인 경험 축적의 전략 5가지를 전했다.

 

첫 번째 전략은 '차별적 목표'로 최초 아이디어가 완성은 되지 않았으나 차별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스몰베팅 스케일업' 전략으로 다수의 스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개 평가 및 피드백을 받아서 실용적으로 수정하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영화 타짜에서 판돈 걸다 안되면 손목을 건다고 하는 데 할 때마다 손목을 걸면 못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수중 데이터센터도 매우 작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현실화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전제하기에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스몰베팅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 전략은 '중심성 있는 네트워킹'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네트워킹은 스케일업 기준에서 내재화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5000번의 시도를 혼자 하지 말고 주변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 전략은 '축적과 학습'으로 철저한 경험 리뷰와 축적과 활용의 루틴화, 축적을 지원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번 해본 건 잊지 말고 써야 한다"며 "국내에선 LG화학이 이걸 잘했다"고 사례를 꺼냈다.

 

LG화학은 과거 6년을 투자한 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개발에 실패했지만 사장을 비롯한 임원이 나서 연구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이에 실패를 통해 축적된 학습으로 핵심역량을 가진 연구원들이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LG화학의 위치를 만들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마지막 축적의 전략은 '철저한 실행'이다. 품질을 타협하지 않고 핵심파트 제조역량을 키우며 각 기업과 산업에 맞는 공급망관리(SCM)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쉽게 말해 매번 할 때마다 끝내주게 하자"고 했다.

 

③ 한국 산업경쟁력 강화 위해 네거티브규제 필요

 

끝으로 이 교수는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서 새로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모든 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를 주장했다.

 

먼저 그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정부는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고 간 뒤에야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대책을 발표했다"며 "기존에 개념을 확인하고 개발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학습으로의 교육 변화를 제시했다.

 

그는 "중학교 가사 교과서는 깍두기가 가로세로 3cm로 잘라진 음식이라고 한다"며 "(기술선진국을) 따라갈 때는 좋은 교육인데 새로 만들 땐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교와 육은 기본적으로 기른다는 의미로 스승과 학생의 구분을 전제로 한다"며 "이를 학과 습으로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답이 정해진 교육은 급변하는 기술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기술 감수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또 이 교수는 청년창업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상황에서 시작하지 못한 젊은 청년들이 위태롭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최근 정부가 잘하는 일로는 12조 규모를 목표로 한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벤처정책이다"며 "창업이 아닌 스케일업을 어떻게 하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에 관해 이 교수는 "정말 '아주 좀 그만해' 할 때까지 물고 늘어져야한다"며 강한 어조를 보였다.

 

그는 "물론 기술과 상품은 제도가 있어야 믿고 사용할 수 있다"며 "다만, 처음 만들 때는 모르기 때문에 희미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산업을 사람으로, 규제를 옷으로 비유하며 딱 맞게 지어 입는 것 보다 크게 만든 다음 조금씩 맞춰가야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자신이 주장한 네거티브 규제에 대해 "규제가 없는 게 아니라 맞춰가는 것"이라며 "이는 똑똑한 정부가 아니면 절대로 못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강연 말미에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서 어떤 활동을 했냐는 질문에 "벤처정책, 혁신금융, 규제샌드박스 등 자신의 자문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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