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인텔·애플 등 미 산업계, 아베의 수출규제 정면비판... 트럼프도 '침묵'깨나
미 산업계, 아베의 수출규제 정면비판
미국의 6개 경제단체 ‘공동서한’ 발송, 한일 무역전쟁 해소 요구
형식은 한·일에 대한 촉구지만 실질적 내용은 일본의 ‘각성’ , 트럼프와 사전 조율?
미국경제 피해 커질 경우 트럼프는 아베 압박해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등 글로벌 ICT기업들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까지 참여한 미국의 6개 경제단체들이 23일(현지시간)한국과 일본의 통상정책 책임자 앞으로 한·일 무역전쟁의 조기 해소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내 주목된다.
이 서한은 형식상 분쟁 당사자인 양국의 해결노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은 내용은 일본 측의 반도체 소재 3가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정책을 정면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의 핵심적 관점이 모두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의 시각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 정부를 움직여 일본의 무역보복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구체적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일 정상이 모두 원한다면 관여할 것”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내년 11월 대선을 최대의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미 산업계가 일본의 보복 철회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태도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경제의 피해가 커지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압력을 가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발송 하루 전인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인텔, 퀄컴, 구글, 마이크론,브로드컴,시스코, 웨스턴디지털 등 6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한일무역갈등, 화웨이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산업계의 서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조율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한을 보낸 미국의 6개 경제단체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전미제조업협회(NAM) 등이다. ICT업체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신인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이다. 무역분쟁의 양측 실무책임자로 본 것이다. 하지만 문맥상 분쟁의 원인 제공자이면서 해결의 열쇠를 쥔 자는 일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 한국정부와 동일한 인식
‘공급망 붕괴’와 ‘출하지연’ 표현을 두 차례 반복
우선 서한은 “최근 (일본 정부에 의해) 발표된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잠재적인 공급망 붕괴, 제품 출하 지연등을 초래하게 될 이번 이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가치사슬망 속의 중요한 주체들(players)”이라면서 “수출규제정책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변화 (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change)'는 공급망 붕괴 출하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궁극적으로는 한일양국은 물론이고 외국의 기업과 그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산업계는 서한을 통해 아베 총리가 지난 4일부터 실시한 반도체 3개 소재의 대 한국수출 규제 조치가 국제적인 ‘공급망 붕괴’와 ‘제품 출하 지연’등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구를 두 차례에 걸쳐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변화’로 규정
자유무역질서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아베의 입에 재갈 물려
아베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변화(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change)'라고 규정한 것도 한국정부와 동일한 인식이다.
이는 반도체 수출규제조치가 자유무역질서를 해치지 않는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온 아베 총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베는 또 전략물자에 대한 한국의 불투명한 관리가 '화근'이라는 궤변을 펴왔다. 미국의 재계인사들이 서한을 통해 “불투명한 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고 판정한 셈이다.
아베 총리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조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했다. 서한은 “글로벌 ICT 산업과 제조업의 장기적인 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이번 사안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모색하는 동시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이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든 국가가 수출 규제 정책을 변경할 때 투명성과 객관성, 예측 가능성 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자간 접근 방식을 채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전략물자 밀반출 의혹에 대해 다자채널을 통해 검증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미 경제단체들의 이번 서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이 반도체시장 뿐만 아니라 ICT와 제조업 전반의 먹이사슬에 촘촘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시켜준다는 의미도 갖는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기업이 흔들리면, 그 충격파는 글로벌 경제로 직결된다는 한국의 논리는 ‘공염불’이 아니라 ‘냉엄한 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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