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과 애플의 엇갈린 ‘폴더블폰’ 선택, 누가 웃을까
삼성과 애플의 엇갈린 ‘폴더블폰’ 선택
폴더블폰 시장 앞장서는 삼성전자, 관망하는 애플
엇갈린 퍼스트무버와 패스트팔로어 전략, 승부수 결과는?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또 한 번 격변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접고 펴는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를 예고하면서다. 출시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아예 못을 박았다. 첫 생산량도 100만 대 이상으로 잡았다.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란 자신감이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8~9일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안으로 접히는 ‘인피니트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면서 이러한 구상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이끄는 고동진 사장은 “폴더블폰은 내년 상반기에 무조건 출시할 것”이라며 “초도 물량은 최소 100만 대로 계획 중”이라고 확언했다.
삼성전자가 잔치를 벌이는 동안 미국 애플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게 작년 10월이지만 여태껏 무소식이다. ‘폴더블폰 최초 출시’라는 타이틀을 두고 겨루던 것도 삼성과 애플이 아닌 삼성과 중국 화웨이였다. 비록 그 영광은 뜻밖의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가져갔지만 말이다.
애플은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타사들의 폴더블폰 출시 경쟁을 지켜보는 중이다. 향후 소비자 반응이 확실해지면 후속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얼마나 빨리 출시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완성도 있는 제품을 내놓느냐’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완벽주의’다.
요컨대 삼성전자와 애플은 폴더블폰 혁신에서 각각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어’의 길을 택했다. 그동안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개념을 처음 선보이며 시장을 이끌었고, 삼성전자가 뒤이어 ‘갤럭시’ 라인업을 내놓은 것과는 반대의 형국이다. 이제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퍼스트 무버가 되고, 애플은 패스트 팔로어가 된다.
‘디지털 노마드’ 가속화하는 폴더블폰, 2022년 5010만 대 출하 전망
각기 다른 선택의 결과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다만 업계에선 폴더블폰이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폰 판매량이 2019년 320만대에서 2022년 5010만대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업계도 폴더블폰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는 폴더블폰이 오늘날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세대의 필요를 정확히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화면과 이동성을 동시에 갖춘 폴더블폰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역할을 넘나들 수 있다. 사용 범위와 활용성이 대폭 늘어난다.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다양한 IT기기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상과 업무를 보는 디지털 노마드 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어정쩡한 시장이 열릴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의 폼팩터, 즉 하드웨어의 크기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로서 폴더블폰용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시장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한계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출하량은 40만~50만대에 그칠 전망이나, 향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시장 개척자로 나선 삼성전자와 후발 주자를 자처한 애플의 선택이 차세대 폴더블폰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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