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싱크홀로 떠오른 일본의 노후수도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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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수도관의 급격한 노후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내구연한이 경과해 교체공사가 필요한 관로만 이미 380km가 넘었지만 20년 후에는 12배인 4700km까지 급증할 예정이라 단순 주민 불편을 넘어 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과 각종 사고가능성도 가늠이 힘들 정도다.
이번 달 초 한국 뉴스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발생한 거대 싱크홀도 설치된 지 40년이 넘은 낡은 수도관의 파열로 인한 지반침하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 이번 사고로 약 120만 명의 주민들이 2주 넘게 수도 이용에 애를 먹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의하면 일본 전역의 수도관 길이는 약 49만km에 달하고 이 중 지자체가 직접 관리 중인 관로는 2022년 말 기준 약 7800km이며 대부분이 지하 깊숙이 설치한 대구경 유역하수도에 해당한다.
7800km의 수도관 중 내구연한을 넘긴 관로는 5%정도인 380km지만 2045년이면 60%에 가까운 4700km가 교체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는 도쿄와 오사카를 4번 왕복할 정도의 장대한 길이가 된다.
하지만 유역하수도는 상수도보다 매립지점이 깊어 공사가 어려운 탓에 지자체들은 지금까지 교체보다는 유지관리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해왔고 그마저도 관련 인력을 계속 줄이면서 지자체당 평균 9.4명이었던 하수도사업 담당직원은 2022년 7.4명까지 감축되었다.
더 큰 문제는 늦게나마 수도관 교체공사를 진행하기에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빠른 인구감소로 수도 이용요금 수입이 줄어들었고 이미 80% 이상의 지자체가 하수도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여기서 대규모 수도관 교체공사를 시작하면 안 그래도 한국보다 2배 이상 비싼 수도요금이 더 오를 수밖에 없어 주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지자체 중에는 치바시(千葉市)나 이치노미야시(一宮市)처럼 하수도요금 인상을 감행하며 수도관 공사를 개시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요금인상과 사고위험성 사이에서 주민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한편 수도관 파손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다. 국토기술정책 종합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하수도가 원인으로 발생한 싱크홀은 2022년에만 2625건에 달했는데 절반 정도가 6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관로의 내부온도가 상승하면서 수도관을 부식시키는 유화수소가 크게 증가한 탓이라고 설명하였는데 도쿄대학의 카토 히로유키(加藤 裕之) 교수는 ‘수온 변화는 하수도관 파손과 도로 함몰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관로부식을 예측하는데 온난화 영향도 포함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