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수장들, 한목소리로 “대출금리 내릴 때 됐다”...은행노조는 “모순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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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상황을 지적한 건데, 자료 제출 요구 등 직간접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반면 은행권 노동조합에서는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월례 기자간담회서 은행권 이자 장사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이뤄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은 걸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권 대출금리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진행한 브리핑에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21일 국내 20개 은행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 준거(기준)·가산금리 변동내용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1월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4.58%로 같은 해 9월(연 3.94%) 대비 0.64%포인트(p) 상승했다. 이 기간 국내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연 3.00%로 0.50%p 낮아졌지만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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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고강도 가계부채 억제 정책 영향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중순 수도권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나타나자 인위적인 가산금리 인상으로 전체 대출금리를 높여 잡았다. 금리가 오르면 차주가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문제는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대출금리를 올린만큼 이익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42조195억원으로 전년(41조3878억원)과 비교해 1.52% 증가했다. 금리 하락기에도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데,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이자 장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개별 은행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개입이 부적절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시장금리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일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연 3.00%→연 2.75%)가 이뤄진 만큼 이 같은 목소리에는 힘이 더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은행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상승의 책임을 은행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대출금리 인상의 원인인 가계부채 급증과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일되지 않은 메시지로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권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전일 김형선 위원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이 원장은 은행장들을 불러 가계대출 증가를 관리하라고 지시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자 장사를 끝내겠다며 대출금리 인하를 강요하고 있다”며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순적 행보”라고 직격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 지시대로 대출금리 인하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 은행과 금융당국 중 누구의 잘못이냐”며 “지난해 8월에는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강요하더니 이제는 대출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한다. 금융시장 혼란의 주범은 은행이 아니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을 농락하는 무능한 금융당국”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은행권이 차주에 적용하는 대출금리는 점진적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일정 수준 낮추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 때 가산금리와 더하는 준거금리가 그동안 상당폭 내려간 만큼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