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돋보기] 상장 앞둔 아이지넷, 쏟아지는 위기에 '가시밭길'
사업 매출 지지부진....상장 이후 환매청구권 변수도
글로벌 인슈어테크 '주춤'...국내 시장에도 악영향 우려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국내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1호 상장 기업을 목표로 하는 아이지넷이 쏟아지는 위기에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이지넷은 코스닥 상장을 위한 일반 청약을 이달 20∼21일 진행한다. 상장예정일은 2월 4일이며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앞서 아이지넷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경쟁률 1138.59대 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특히 참여기관의 97.63%가 희망 공모가 상단인 7000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이지넷 공모금액은 140억원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127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설립한 아이지넷은 국내 최초의 인슈어테크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업체는 지난 2019년 보험진단 애플리케이션 ‘보닥’을 출시했으며 2021년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 승인을 거쳐 개인화된 AI 보험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지넷은 기업공개(IPO)로 유입되는 순수입금 137억원을 △연구개발(R&D) △신(新)사업개발비 △타법인증권취득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이지넷이 IPO 흥행에 힘입어 코스닥에 안착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위험요인이 있어 상장 이후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이지넷의 두드러진 리스크는 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아이지넷 매출은 △2022년 67억원 △2023년 130억원 △2024년 3분기 171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기순손실은 2022년 192억원, 2023년 126억원이다. 이후 아이지넷은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겨우 흑자를 냈다.
이에 따라 결손금은 2022년 352억원, 2023년 477억원으로 계속 누적되고 있고 지난해 3분기에도 476억원을 기록했다.
결손금은 기업 순자산이 감소할 때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이다. 즉 일정 기간 동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생긴 손실 금액인 셈이다. 이에 따라 결손금은 회사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아이지넷은 결손금 누적으로 2023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지만 투자사에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지난해 보통주로 전환해 급한 불을 껐을 정도로 열악했다.
아이지넷의 수익 구분도 회사 불확실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아이지넷의 2023년 매출액 130억원 가운데 약 62.30%인 81억원은 이후 기간에 걸쳐 인식된다. 이는 회사 서비스 기간과 매출 인식 시점이 복잡하게 얽혀 원가 계산과 수익성 분석에 혼란을 주는 셈이다.
이밖에 아이지넷은 일반청약자에 대한 환매청구권을 설정했다. 환매청구권은 청약 후 주가가 예상외로 하락하면 투자자가 공모주를 주관사에 다시 팔 수 있는 권리다.
이에 따라 환매청구권은 일반적으로 △IPO 투자자 보호 △투자 리스크 감소 △발행 기업의 신뢰성 강화 목적으로 활용한다.
아이지넷은 환매청구권 행사 기간을 상장일부터 6개월, 환매 청구권 행사 가격을 확정공모가의 90%으로 설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이지넷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유동비율은 144.55%, 부채비율은 214.82%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지만 매출 성장세가 더디고 재무 불확실성도 있다”며 “최근 IPO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IPO 흥행을 위해 일반 청약자에 대한 환매청구권도 설정했지만 이는 해석에 따라 상장 이후 주가 급락 가능성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인슈어테크 부진한 데 아이지넷은 다를까
AI와 머신런닝, 비대면 등 IT(정보기술) 발달은 글로벌 보험산업에도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인적 네트워크와 대면 등 GA(법인보험대리점) 영업 특성상 시간을 줄이고 보험 확약을 늘리는 인슈어테크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한 수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인슈어테크가 대거 등장했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미국의 대표 인슈어테크사 레모네이드는 2022년 순손실 2억2500만달러(약 3234억원)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2억3690만달러(약 3405억원)의 손해를 봤다.
독일의 대표 인슈어테크사 위폭스AG도 2022년 3210만유로(약 479억원)에 이어 2023년에도 3580만유로(약 5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위폭스AG는 직원 60여명을 해고했으며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이탈리아에서 자동차보험 사업을 철수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레모네이드와 위폭스AG의 공통점은 보험에 AI·디지털을 결합한 인슈어테크사라는 점이다.
레모네이드는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생명보험 등을 개발해 판매했으며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비용을 축소하려 했다. 위폭스도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설계사와 고객을 비대면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펼쳤다.
이처럼 글로벌 인슈어테크 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재무 불확실성이 불거진 아이지넷이 긴호흡으로 사업을 이어갈 지 의문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아이지넷 자료에 따르면 보닥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만건을 돌파했고 2022년 기준 보험상품정보 149만건, 37만명의 누적 상담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입 고객이 계약을 체결한 후 25개월 이상 유지율이 95%에 이르고 매월 2만명의 신규고객이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이지넷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가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를 도입하는 국내 인슈어테크사와 디지털보험사 가운데 DB를 활용한 실적 개선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는 아직도 대면영업 비중이 커 DB만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을 측정하는 것은 모호하다”고 언급했다.
아이지넷은 이번 IPO로 조달한 순수입금 137억원을 인슈어테크를 위해 R&D, 신사업개발비와 사업 확장을 위한 타법인 유가증권 취득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달한 자금이 아이지넷 계획대로 사용될 지도 의문이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설계사수수료 51억원, 급여 19억원을 사용했으며 2024년 3분기에만 설계사수수로 80억원, 급여 22억원을 쓰는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판관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PO 빙하기'에도 국내 1호 인슈어테크사를 목표로 하는 아이지넷이 상장 이후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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