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에 카드업계 낙담…불확실성 확대 겹쳐 내년 전망 ‘깜깜’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12.20 08:13 ㅣ 수정 : 2024.12.20 08:13

금융위, 영세·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 0.05~0.1%p 인하 발표
적격비용 재산정주기 3년→6년 연장…필요시 3년 주기 조정키로
카드업계 "사실상 현행 제도 유지…원칙 지켜지길 기대할 수밖에"
카드노조 "수수료 포퓰리즘…금융위 해체 투쟁 나설 것"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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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카드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드노조)는 당국의 수수료율 인하가 '수수료 포퓰리즘'이라며 금융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7일 2024년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인하 등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적격비용 산정 결과 영세·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 부담경감 가능금액은 연간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산출됐다. 금융위는 그간 수수료율 인하 혜택이 상대적으로 영세가맹점이 많이 배분돼 이미 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인하돼 있는 점, 최근 전반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수수료율 인하여력을 약 305만 영세·중소가맹점에 고르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우대수수료율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과 3억원 이상~10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이 일괄적으로 0.10%포인트(p) 인하된다. 연매출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은 0.05%p 낮아진다.

 

매출 구간별로 보면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현행 0.50%에서 0.40%로 0.10%포인트(p) 내려간다. 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가맹점은 1.10%에서 1.00%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25%에서 1.15%로,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1.50%에서 1.45%로 조정된다.

 

체크카드 우대수수료율은 매출 구간과 상관 없이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이 일괄적으로 0.10%p 인하된다. 이에 따라 매출 구간별 △3억원 이하 0.25%→0.15%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0.85%→0.75%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1.00%→0.90%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1.25%→1.15%로 변경된다.

 

연매출 3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은 수수료율이 동결된다. 카드업계가 3년간 기존 수수료율 수준으로 동결하는 자발적 상생방안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당국은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조정했다. 카드사는 우대수수료율 제도 도입 이후 수수료율 인하가 지속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통해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조정을 논의해 왔다.

 

재산정 주기를 6년으로 확대하면서 당국은 대내외 경제여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카드사의 영업·경영상황 등을 3년 마다 점검해 적격비용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적격비용을 재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국은 수수료율을 낮춘 대신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면서 카드사와 영세 중소상공인의 입장을 조율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카드업계는 크게 낙담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가 요구해 온 재산정 주기가 연장됐으나, 원칙을 6년으로 늘렸을 뿐 3년을 주기로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재산정 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으로 연장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3년을 주기로 필요에 의해 조정할 수 있다는 건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면서 "6년 주기라는 원칙이 지켜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탄핵정국, 환율 급등 등 대내외적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수수료율까지 인하돼 내년 카드업황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노조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카드노조는 전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가 카드산업 몰락을 강요하고 있다"며 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규탄했다. 이날 카드노조는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경감으로 포장했지만, 그 실체는 일반가맹점 수수료 동결을 '자율'로 호도하며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추려는 헛수작"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락했고, 수익을 메우기 위해 카드사는 대출사업에 의존하면서 고금리의 리볼빙과 카드론 자산이 급증했다"면서 "대손비용 증가와 부실 자산 확산으로 카드산업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카드 수수료 정책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카드노조는 "금융위가 수수료 정책을 명목으로 벌이는 카드산업 죽이기를 묵과할 수 없다"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노조는 금융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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