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또 내려갔다”...연말에도 은행은 이자 장사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2.18 07:35 ㅣ 수정 : 2024.12.18 07:35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3%대 턱걸이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즉각 금리 반영
가계부채 관리로 대출금리 하락 느려
예대금리차 확대에 역대급 실적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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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수신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연 3%대 초반까지 낮아지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은행들은 시장금리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대출금리 하락 체감도는 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 호실적의 기반인 ‘이자 장사’ 비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5~3.22%로 집계됐다. 같은 기준으로 이들 은행이 전월 취급한 평균금리가 연 3.21~3.4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3.1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이 취급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4.18%에서 12월 3.88%로 3%대에 진입한 뒤 올 3월 3.61%, 6월 3.54%, 9월 3.39% 등으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는 연 3.3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한국은행 긴축 완화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내린 데 이어 11월에도 연 3.00%로 추가 인하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금리를 떨어뜨리고, 이를 기반으로 산정되는 정기예금 금리도 덩달아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채(금융채) 1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연 2.98까지 하락했다. 이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이다. 통상 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산정할 때 은행채 1년물 금리를 적용한다. 현재 연 3%대를 보이고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추가 하락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장금리를 따라가면서 자금 조달 현황과 전략도 따져가며 산정되기 때문에 언제 어느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못박아 얘기하긴 어렵다”면서 “내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땐 버티지 못하고 더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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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뉴스투데이] 

 

다만 은행 대출금리의 경우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 대비 상대적으로 더디게 내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시장금리 하락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등의 영향에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도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연 3.36~5.76% 수준으로 집계됐다. 준거(기준)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 하락에 조금씩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의 경우 기준 지표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한동안 은행 여·수신 금리 하락 속도의 불균형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경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예대마진)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대금리차가 커진다는 건 은행의 이자 비용보다 이자 수익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이 지표는 은행권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의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10월 기준 가계 부문 예대금리차 평균은 1.05%p로 전월(0.74%p)보다 0.31%p 확대됐다.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명분으로 올려 잡고, 예금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즉각 반영해 내리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6890억원으로 전년동기(12조1159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일각에선 이들 은행의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이었던 지난해(14조1022억원) 기록을 올해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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