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블랙홀에 빠진 경제 ③] 시계제로에 빠진 부동산 시장 충격 불가피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12.11 01:24 ㅣ 수정 : 2024.12.11 09:02

부동산시장 이미 대출 규제로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거래량 감소와 매수 심리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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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심각한 혼란에 빠져 있다. 정국 운영의 주체조차 불분명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논의가 중단되어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내년 경제뿐 아니라 당장 환율 변동과 부동산 시장 침체 같은 경제적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탄핵 블랙홀의 실상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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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 또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돌발변수까지 겹치면서 관망세가 깊어지고, 거래량 감소와 매수 심리 위축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주택 시장의 하락 기조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725건으로 9월(3126건)에 이어 2개월 연속 3000 건대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7월 9206건과 비교하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차질이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주택 공급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올해 목표치인 54만 가구 중 1∼10월 누적 인허가 물량은 24만4777가구에 그쳤다. 이는 연간 목표치의 45%에 불과한 수준으로, 연말까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 주택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 주택 공급 동력마저 정치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구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5만 가구 공급 계획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역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경기침체는 관련 산업과 금융 시장까지 광범위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침체는 건설업 경기에 직격탄을 가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은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고용 창출 부문 중 하나로, 신규 주택 착공 및 건설 프로젝트 축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 관련 산업인 철강, 시멘트, 가구, 전자제품 제조업 등도 연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은 2023년 GDP의 약 6.5%를 차지했으며,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커진다. 건설업 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늘어나면 소비 감소가 심화돼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리스크 또한 우려된다. 부동산은 금융 시장에서 담보 자산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거래량 감소와 집값 하락은 부동산 담보 대출의 부실 위험을 키우고, 금융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GDP 대비 110%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대출 부실화는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이 관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 부동산관련 대출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기관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소비와 투자심리 악화도 우려할 대목이다. 부동산 자산 가치는 소비와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산 효과를 감소시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기업의 신규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건설업과 관련된 투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한 기업 대출도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투자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

 

부동산 침체는 또 지방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외 지역은 부동산 시장의 활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지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지역에서는 부동산 침체가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방 경제가 부동산 침체로 장기간 타격을 받으면, 해당 지역의 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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