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춘 기자 입력 : 2024.12.06 08:20 ㅣ 수정 : 2024.12.06 08:20
[뉴스투데이=최병춘 경제부장] 지난 3일 자정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각, 대한민국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느닷없는 선포로 혼란스러운 사이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화 가치가 추락, 원·달러 환율은 40원가량 치솟으며 한때 1446에 달했다. 대한민국 관련 투자도 급락세를 보였다. 해외 코스피 ETF(EWY)는 장중 7.1%까지, 야간선물은 장중 5.48%까지 급락했다. 뉴욕증시에서는 한국 관련주가 정규장 개장 직후 일제히 매도세에 휩쓸렸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은 5%가량 급락했고, 포스코홀딩스와 LG디스플레이 미국예탁증서 주가도 2% 이상 하락했다. 국내 기준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뜻하는 ‘역프리미엄’은 33%까지 치솟기도 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도 30%가량 급락했다. 이 모든 상황이 계엄령 선포 직후 벌어진 일들이다.
한순간에 대한민국이 가진 경제적 가치가 추락했다. 계엄이 지속됐다면 이 상태가 유지, 혹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컸다.
이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아니다. 심지어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마저 ‘경제 위기’를 이유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지며 저성장이 가속화되어있었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악재가 겹쳐있던 상황이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은 뚜렷한 내림세를 보였고 환율은 우상향 추세를 이어갔다. 외화보유액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한 달 만에 3억 달러 가량이 사라지며 11월 말 기준, 외화보유액은 4153억 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자칫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면 환율 신인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정치적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독단적으로 벌어진 이번 계엄사태로 위태로운 한국 경제에 악재를 스스로 더하게 된 셈이다.
상식적인 일이다. 입법이 마비되고 사법, 행정체제가 군의 통제하에 들어간 비상 체제 국가에 시장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난입하고 시민들과 대치한 모습이 이미 전 세계에 비쳤다. 해외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불안한 국가가 될 것은 자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그동안 대외 악재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으로서의 신뢰가 훼손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자본 유출 우려에도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과 이에 대한 글로벌 시장 신뢰가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회복을 이유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은 북한의 핵 도발 등 지정학적 위협에도 이번만큼 요동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경제 기초체력과 국가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인도가 그만큼 굳건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이 기반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 졌다. 우리 권력 집단이 예상치 못한 극단적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또 계엄사태가 일단락됐다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계엄사태는 탄핵 등 이번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을 비롯한 동조세력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는 국면으로 전환됐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습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계엄은 물론 대통령 탄핵 등 정치 역학적 리스크는 우리가 모두 겪어 봤던 일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걸린 적도 있지만 결국 우리 국민이 이를 슬기롭게 해결해왔던 역사 아래 지금의 신뢰 받는 시스템과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관건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지다.
원칙과 기준을 지키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아직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