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손에 던져진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정작 테슬라는 느긋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집권에 성공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신설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실제로 공화당은 트럼프 당선 확정과 함께 IRA 폐지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대응 및 의료보험 확대 등을 통해 정부세입을 늘리고 지출은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약값 개선과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세입을 늘리고 대신, 북미산 생산품에 대한 세액 공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공화당의 반발 속에서도 상원과 하원을 잇따라 통과한뒤 바이든이 2022년 8월 16일 최종 법안에 서명하면서 효력을 발휘했다.
트럼프가 선거공약에서 IRA 법안 폐지를 주장한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인세 인상을 중단하고,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7500달러의 전기차 세제혜택을 없애 자신을 지지해온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IRA 법안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연방 의회의 표결이 필요한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데 이어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 수중에 들어가면서 공화당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실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관련업계는 칼자루를 쥔 공화당을 향해 적극적인 로비 작전에 들어갔다.
제로배출교통협회(ZETA)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전기차 구매 및 생산에 대한 세액 공제가 주요 주들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이를 철회할 경우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ZETA에는 테슬라를 비롯해 리비안,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등이 회원사로 있는데, 이 단체는 생산 세액 공제를 통해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간, 조지아와 같은 주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ZETA는 특히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7500달러의 소비자 세금 공제를 없애는 것은 이러한 성과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세제 개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IRA는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 외에도 에너지 저장, 송전, 원자력, 수소 등 다양한 청정 에너지 분야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미국 내 산업 성장과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데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후 회의론자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은 이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치 물러섬이 없으며 실제 인수위에 광범위한 세제 개혁 법안의 일환으로 7500달러의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를 폐지하려는 계획을 적극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테슬라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7500달러의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 혜택이 사라지면, 테슬라도 약간은 타격을 입겠지만 경쟁업체들에 더 큰 손실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테슬라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IRA 법안이 전기차 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 송전 등 미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의 수 많은 일자리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공화당이 쉽게 법안을 폐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회를 상대로 하는 로비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미국 전기회사를 대표하는 에디슨 전기 연구소(EEI)와 같은 산업 로비단체들은 향후 몇 달 동안 의회를 대상으로 IRA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입법 철회를 막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트럼프의 전 에너지 비서관이었던 댄 브루일렛 역시 EEI 편에 서서 에너지 정책 및 내각 인선을 위해 트럼프 인수위와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