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투데이=강지원 기자]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협회가 선수들을 동의 없이 후원사 광고에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수영구) 은 24일, "배드민턴협회가 안세영 등 선수들을 후원사 광고에 강제동원했다"며, "출연료와 동의서도 없었다"고 폭로했다. 정 의원은 안세영 선수 사태 당시 가장 먼저 대화에 나선 바 있다.
정연욱 의원실에 따르면, 배드민턴협회는 요넥스와 후원계약을 체결하며 '14일간 무상홍보 출연'을 약속했다.
후원계약에 따르면 요넥스는 무상으로 매년 최대 14일의 홍보용 출연을 받을 권리가 있다. 출연대상에는 국가대표뿐 아니라 13세 이하 꿈나무 선수, 코치 및 트레이너까지 포함된다. 요넥스는 대한배드민턴협회와 2027년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후원 기간내 70일의 무상 출연이 가능하다.
협회가 일방적으로 체결한 후원계약서에 따라, 선수들은 화보촬영, 프로모션행사, 광고촬영에 개인 또는 단체로 광고모델로 출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 개인과 협회간 계약서 작성 현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에 따르면 안세영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중 3차례 등 화보 촬영에 동원됐고, 일본오픈 후에는 요넥스의 프로모션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다. 2023년 7월 아시안게임 출전선수 20명, 2024년 5월 올림픽 출전선수 11명도 요넥스의 브랜드 광고에 출연했다. 이들 또한 교통편을 제공한 것 외에 모델료와 출연료는 없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체육회에 후원사 모델로 무상 출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광고출연은) 후원사가 선수와 개별 광고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회는 선수의 초상권을 활용할 때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축구협회는 국가대표의 계약권을 보호하기 위해 후원사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배드민턴협회는 국가대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요넥스와 맺은 후원계약을 근거로 선수들에게 무상광고 출연을 강요해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지난 9월 10일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브리핑을 통해 후원계약은 국가대표 지원과 무관하며, 법령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닌 것을 밝힌 바 있다.
안세영 등 배드민턴 선수와 달리, 탁구 동메달리스트 신유빈은 자유의사로 광고 계약을 맺고 있었다. 신 선수는 빙그레, 해나루쌀 광고모델 등에 출연하며 모델료 중 일부로 각각 1억원의 기부를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편당 광고료는 회당 최소 4~5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정연욱 의원은 "국가대표를 지원해야 할 협회가 국가대표를 협회의 돈벌이에 동원했다"며 일갈하면서, “선수들은 협회가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