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구광모 LG회장 'ABC 전략'에 美 타임誌 '엄지척' 한 이유 알고보니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0.16 05:00 ㅣ 수정 : 2024.10.16 05:00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LG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우뚝'
LG그룹, 2028년까지 AI·바이오·클린테크 등에 50조원 투자 계획
타임지(誌) "LG, 눈앞 이익보다 20년 후 장기 미래 준비"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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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구광모 LG 회장이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부터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 구광모 LG 회장이 미국 보스턴에 있는 다나파버 암센터에서 세포치료제 생산 때 항암 기능을 강화한 세포 선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LG]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10월 호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을 심도 있게 다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B·C'는 구광모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객 가치’라는 목표를 기반으로 다지고 있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02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고 밝힌 LG는 약 절반인 50조원을 AI(인공지능)와 바이오, 클린테크 등을 포함한 미래성장동력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는 등 A·B·C 분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타임지는 “LG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10년, 20년 후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극찬하며 구 회장과 LG의 A·B·C 전략의 현주소를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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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해 7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3’에서 발표 하고 있다. [사진 = LG]

 

■ 구광모 회장이 점 찍은 AI…LG 생성형 AI, 메타·구글 보다 '우위'

 

AI는 LG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사업이다. LG는 오는 2027년까지 AI·데이터 분야 연구개발(R&D)에 총 3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야심찬 계획을 2022년 발표했다. 

 

현재 LG AI 산업 핵심 축은 그룹의 'AI 연구 싱크탱크' LG AI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을 비롯해 딥러닝 모델 등 최신 AI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까지 일궈낸 최대 성과는 단연 ‘엑사원(EXAONE)’이다.

 

엑사원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다. 엑사원은 2021년 12월 ‘엑사원 1.0’을 발표한 이후  △2023년 7월 ‘엑사원 2.0’  △지난 8월 ‘엑사원 3.0’을 공개하는 등 생성형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R&D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가장 최신 버전인 엑사원 3.0은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 가운데 최상위 성능을 갖췄다.

 

엑사원 3.0은 '라마(Llama)3.1', 구글(Google)의 '젬마(Gemma)2' 등 같은 크기의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과 비교해도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엑사원 3.0은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중언어(Bilingual) 모델로 특허와 소프트웨어 코드, 수학, 화학 등 국내외 전문 분야 데이터 6000만건 이상을 학습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까지 법률, 바이오, 의료, 교육, 외국어 등으로 분야를 넓혀 학습 데이터 양을 1억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투자 행보도 LG의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LG가 2018년 5월 설립한 자회사다. 이 업체는 2018년부터 5년간 벤처캐피탈 펀드 등 64곳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LM 기반 올인원 솔루션 개발 ‘올거나이즈(Allganize)’ △챗GPT 개발업체 오픈AI 연구진이 창업한 ‘앤스로픽(Anthropic)’ △게임 속 NPC(논플레이어 캐릭터)를 AI로 생성하는 엔진을 제공하는 '인월드AI(Inworld AI)' 등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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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실적발표 발췌 [그래프 = 뉴스투데이]

 

■ '제2 배터리’로 주목받는 바이오…매출 성장 '순항'

 

바이오는 ‘제2의 배터리 사업’이라 불릴 만큼 구광모 회장이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특히 LG는 1960년대 국내 굴지 그룹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실제 2003년 LG화학(당시 LG생활과학)은 10년 넘게 3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항생제 신약 ‘팩티브’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신약을 시장에 선보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2022년 LG화학이 항암시장에 특화된 핵심 역량 및 전문성을 확보한 미국 제약회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바이오 포트폴리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아베오 인수금액은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다. 이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글로벌 제약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최강국 미국에서 LG화학이 안착하려면 필요한 결단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오 인수 효과는 대단했다. LG화학 제약바이오 산업을 맡는 생명과학사업부의 2023년 실적은 매출액 1조1834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이다. 매출은 2022년에 비해 30% 가량 늘어나 생명과학사업본부 단위로는 처음으로 조 단위 실적을 거뒀다.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0.81% 감소했지만 LG화학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임상과제 진척에 따른 R&D 비용 확대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매출액이 1분기 2850억원, 2분기 404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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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LETZero(렛제로)' [사진 = LG화학]

 

■ 지속성장 위한 '클린테크'로 미래 설계 가속화

 

클린테크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맥락을 같이 한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외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2022년 마련하고 △바이오 소재 활용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저감 기술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그룹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LG화학은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LG화학은 아모레퍼시픽과 친환경 포장용기 개발과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 정유업체 GS칼텍스와 친환경 바이오 원료 '3HP(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 공동사업 협력 협약을 맺어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 계열사 LG전자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TV 등 대형가전을 중심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 부품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2023년 에 2022년과 비교해 65% 증가한 약 5.4만 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또한 LG전자는 2022년부터 폐배터리 자원순환 캠페인 ‘배터리턴’을 통해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누적된 폐배터리 양은 약 69톤에 이른다. 수거된 폐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 희유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배터리 재료로 재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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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AI'를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LG]

 

■ 배터리·전장이 끌어올린 시총 '주춤'…A·B·C로 반등 일궈내나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시가총액은 큰 폭으로 치솟았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그룹 시총은 90조896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룹 시총은 2022년 200조원대를 처음 돌파해 지난해 9월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그룹 시총은 올해 초부터 감소세를 보여 이달 15일 종가 기준으로 167조727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시총이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구 회장 취임 이전보다 2배 가량 높다. 

 

시가총액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실적이 좋거나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 LG 시총이 상승하던 때 업계에서는 비핵심·부진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배터리,  전장(자동차 전기부품) 등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한 점이 시총 급증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의 AI와 바이오 전략이 올해 초부터 주춤하는 LG 시총에 다시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시총은 환율, 당시 이슈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특정 사업 성과에 따라 오르거나 내린다고 예단할 수 없다"며 "LG그룳이 스마트폰처럼 부진한 사업은 버리고 배터리와 전장 이제는 AI, 바이오 등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구 회장이 추구하는 사업 방향과 목표가 시장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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