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 회장, "함께 힘을 모아 부산 경제 지킵시다"
"소비자 운동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
"부산시금고 선정, 부산지역 경제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에 매우 중요"
[부산/뉴스투데이=강지원 기자] 부산지역의 현안마다 빠지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 있다.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등 주요 기관의 현안 관련은 물론,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지역 내 이슈까지 그의 모습은 빠지지 않는다.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 회장은 지난 1970년대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민운동에 뛰어들어, 약 40여년 간 시민사회에서 활동해 왔다. 신공항 건설, 선물거래소 유치 운동, 고리1호기 재연장 반대, 부산대 이전 반대운동 등 그가 앞장선 지역내 주요 현안과 관련한 사회 운동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조 회장은 최근에도 2030 부산엑스포유치, 맑은 물 TF, 지역 기업과의 상생행사 등 다양한 현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으로, 조 회장이 최근 우려하는 이슈가 있다. 지역사회만 아니라 금융계와 산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부산시금고 선정이다.
조 회장은 지난 11일에도 기자회견에서 "부산시금고는 부산시민의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가 걸어 온 40여년의 길과 부산시금고 선정 등에 대한 의견을 <뉴스투데이>가 들었다.
아래는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현재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부산여성소비자연합은 어떤 단체인지, 간략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부산여성소비자연합은 1970년대에 설립된 단체로, 부산 지역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자 운동을 선도해 온 시민단체입니다.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는 데에 주력해 왔습니다. 우리 단체는 소비자 보호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습니다.
Q. 40여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산지역에서 소비자운동에 투신하셨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된것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우연히 친목단체라고 소개받아 가입하게 되었는데 중요한일을 하게 되었죠. 1970년대 초에는 소비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이 경제적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비자 운동에 뛰어들었고, 47년이 된 지금까지 소비자 권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소비자 운동은 단순한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Q. 40여년 간 부산지역의 여러 이슈에 대해 의견과 목소리를 내오셨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부산을 위한 투쟁이 수도 없이 많지만 특히 삭발투쟁이 두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선물거래소 통합 반대로 삭발을 했고, 그때 부산은행 노조도 함께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공로와 함께 그 계기로 지금의 문현금융단지가 만들어졌죠. 두 번째 삭발은 가덕신공항입니다. 꼼짝없이 밀양으로 가게되었는데 시장님을 비롯한 부산시민들이 똘똘 뭉쳐 막았습니다.
제가 이룬 성과 중 전국적으로 가장 큰 이슈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중고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카 히스토리(Car History)'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중고차 관련 고발이 하루에 100건 이상 접수될 정도로 시장이 혼탁했지만, 이 제도를 통해 차량의 사고 이력과 정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중고차 관련 고발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 성과는 대한민국 최초의 소비자 분쟁조정 사례인 '유엔미휴먼테크' 정수기 집단 분쟁 해결입니다. 유엔미휴먼테크는 60만 대의 정수기를 판매한 후 부도를 냈고, 3년이 지나 소비자들에게 정수기를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로 인해 60만 명의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조폭집단의 협박을 무릅쓰고 집단 분쟁 조정을 이끌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사례는 소비자 보호 운동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저의 가장 큰 성과로 남아 있습니다.
Q. 최근 부산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BNK부산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총 3곳이 신청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금고를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발언도 있습니다만, 부산은행의 선정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A. BNK부산은행을 지지하는 이유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은행은 지역 자금을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며, 부산 시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산은행은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74.3%를 부산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경제에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난해에는 548억원 규모로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사업 비율이 전국 은행 중 가장 높습니다. 이렇듯 부산은행은 부산 지역사회에서 단순한 금융기관 이상의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시중은행과 달리, 부산은행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공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산은행이 시금고로 선정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 11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은행 불매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발언도 하셨습니다. 경쟁 은행 가운데 특히 기업은행을 지목하신 이유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지분률 60% 이상이 정부 소유인 것에도 불구하고, 지역 은행을 잠식하려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지역 경제의 자본이 중앙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은행의 부산 진출을 저지해야 합니다. 부산 시민들이 이를 경각심 있게 받아들여, 지역 경제를 보호하고 우리 자금이 지역 내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기업은행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은행이 지역은행의 영역까지 잠식하려 하는 것에 부산시민이 분노해야 하며, 지역 경제를 지키기 위해 기업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불매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부산시민단체 40개의 40만명의 회원들은 앞으로 반드시 이용 저지운동을 할 것입니다.
Q. 기자회견에서는 시금고 선정과 관련하여 채점 기준이 지방은행에 불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시금고 선정 기준이 대형 시중은행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평가 항목으로 삼는 것은 지방은행들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공익적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형 금융을 제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방은행의 특성과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시금고 선정 기준에 더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일각에서는 소비자연합 등 부산지역의 시민단체가 시금고 선정과 관련하여 편파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시민단체가 부산은행을 지지하는 것은 단순한 편파적인 입장이 아니라, 부산 지역 사회와 경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부산은행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는 이를 평가하여 지지하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는 지역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로서, 부산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부산은행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편파적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부산시금고 선정과 관련하여 부산시민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부산시금고 선정은 부산지역 경제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결정입니다. 부산은행이 시금고로 선정되면 지역 자금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며, 부산 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은행은 60% 이상의 지분이 정부에 있는 국책은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까지 잠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산 지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부산시민들이 분노해야 합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 우리는 부산의 경제적 자립을 지키기 위해 기업은행의 부산 진출을 막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기업은행을 부산에서 퇴출시키고, 부산 시민들이 절대 기업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부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힘이 될 것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 부산 경제를 지키고, 지역 은행과 함께 성장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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