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와 현대차그룹,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방지 관련 기술 보유했거나 적극 개발 중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8시간여 만에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많은 주민이 대피하는 등 불편을 겪어 전기차 보급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를 낳고 있다.
• 청라지구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 순위 9위 정도에 불과한 중국산 배터리 탑재가 원인일 수도..
그런데 해당 벤츠 전기차에는 압도적 전세계 1위인 CATL도 아닌 2023년 기준 시장 점유율 1.23% 정도인 중국 9위 배터리 업체 패러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벤츠도 자본을 투자하여 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문제는 패러시스가 2021년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3만2천대 리콜 사례 등 이미 화재 관련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패러시스는 베이징차 등 기존 납품처와의 거래가 중단되고 경영악화에 시달리다가 광저우 공공관리그룹으로 지분 12%를 넘겨 공적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 LG엔솔, 삼성SDI 및 SK온, 배터리 화재 관련 기술 확보에 총력 대응 중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방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파우치형이 주력인 LG엔솔의 경우 배터리 구성단위 주위에 열 관리 띠를 둘러 모듈과 팩을 구성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LG엔솔은 가스 벤트 및 단락 차단 등 안전장치를 적용하여 화재 발생 시에도 주변 전이가 잘되지 않아 안전성이 높은 각형 배터리를 2027년 3분기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반기부터 출시 예정인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에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하는 ‘디렉셔녈 벤팅’ 기술이 적용된다.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서는 6월 초 세계적 반도체 기업 ADI와 배터리 안전성과 충전 속도 향상을 위한 관리 기술 강화 협약을 체결하여 향후 2년 동안 고성능 배터리 관리칩(BMIC)의 공급과 정밀한 배터리 온도 측정 알고리듬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초 KAIST와 공동으로 리튬메탈 배터리 액체 전해액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는데 이 기술은 음극재 표면에 형성되는 수 나노미터 두께의 고체 전해질 층의 구조를 치밀하게 구성해 전해액과 리튬메탈 음극간의 부산 반응을 차단하고 주행거리도 50% 증가시키며 충방전 효율 및 수명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에 가스 배출을 위한 작은 구멍을 뚫어 배터리 전체가 화재에 이르지 않도록 설계함으로써 화재 발생이 우려될 경우 회로를 차단하여 전류 공급이 안되도록 하는 단락 차단 장치와 열확산 차단재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월 5일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교수 연구진은 포스텍 및 삼성SDI와 공동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인 ‘자가증폭루프’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코팅 기술을 개발하여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표지 논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 기술은 자가증폭루프 과정에서 산소 등이 리튬 금속과 반응하는 것을 막아주도록 흑연 음극에 알루미나 코팅을 적용하여 열폭주 현상을 억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하는 우리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폴딩 기술을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를 완전하게 분리하는 기술을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방전 시 발생하는 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원소 배합을 조정하는 복합 도핑 기술도 상용화했다.
또한, 셀투팩 기술에도 방호재를 삽입하고 내부에 격실 구조를 만드는 열 전이 억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현대차그룹, E-GMP에 다각적인 화재 예방 기술 적용
BSA(Battery System Assembly)는 배터리팩에 전장품과 BMS를 결합시킨 완제품을 말하는데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8월 초 폭스바겐에 수조 원대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E-GMP에 적용된 화재 방지 기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리막이 지그재그로 쌓여 열폭주에서 보호된다(SK온 배터리). 둘째 모듈간에 일정 전류가 넘어가면 열이 나서 끊어지도록 함으로써 모듈을 보호한다. 셋째 합성수지를 포함한 복합소재를 사용하여 포장재가 녹아 내려도 모듈과 셀을 보호하게 된다. 넷째 내화시트를 EV 9 이후 모든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벤팅 가스 밸브를 적용하여 내부에서 가스 압이 높아져 최상단 커버를 압력으로 밀어올릴 경우 벤트가 열리면서 가스가 배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 차원에서의 노력과 병행하여 안전성 인증체계의 개편, 관련 전문인력 양성, 화재 관련 정보 공개 및 충전 시 80~90% 정도로 제한하는 충전율 등의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 노력도 반드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