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체결과 미묘한 중-러 관계 (上)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이후 한국과 러시아 간의 말의 공방이 지속되고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립이 격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 정세는 첨예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협력 강화와 한국과 미국의 강경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인데, 다소 격해지는 듯해 우려스럽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러 관계의 미묘한 기류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고조되는 동북아 긴장
푸틴은 대통령 당선 이후 중국에 이어 북한, 베트남을 방문했다.
러시아 전문가들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쟁에서 질 경우 푸틴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포기할 수 없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에 기초할 경우, 푸틴이 북한과 새로운 조약을 체결한 이유는 북한에서 러시아가 부족한 무기 및 인력(주로 건설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북한은 무기 지원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 에너지 및 첨단무기 기술을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북-러 상호 간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 예전의 북-러 관계 복원 의미, 북-중-러로 이어지는 북방삼각관계 강화하려는 시도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너무 단순하다. 이 정도를 위해서라면 기존 협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조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러시아는 무리하게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요구를 러시아가 전격 수용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행동이었다고 본다.
푸틴이 이례적으로 북-러 관계의 역사적 의미 등을 강조하는 글을 노동신문에 게재한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1970년대까지 소련은 북한의 절대적 후원자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탈냉전 이후 중국의 급부상과 구소련 해체 및 러시아의 등장 등으로 북-러는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해 왔는데, 이를 다시 복원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목해 봐야 한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을 대신해 왔으며, 심지어 2000년대 이후에는 러시아를 비롯한 반서방 세력의 중심국가 역할을 자임함에 따라 러시아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치 1950년 한국전쟁에서 소련의 후루시쵸프가 김일성의 남침을 반대하다가 미군의 참전이 확실해지고 이에 대해 중국이 참전을 약속할 경우 조건부 남침을 허용했던 당시를 연상케 한다.
당시 소련은 사회주의 진영의 맹주였고, 중국은 막 떠오르는 사회주의 강국이었다. 중국 역시 소련의 영향권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소련과 중국이 국경분쟁 및 상이한 이념 노선 등을 이유로 갈등을 보였다.
이후 중국은 개혁개방과 친미노선 등을 기반으로 경제적 부흥을 이끌었던 반면 소련은 사회주의가 붕괴하며 사회주의권의 맹주 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 역시 러시아보다는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중국은 북한이 분명히 자기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북한도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등 북한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접근은 중국을 자극하는데 높은 활용가치가 있었다.
푸틴은 시진핑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군사적 지원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국가로 중국을 선택했고, 중-러 관계의 공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시진핑의 군사적 지원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더욱이 북-중-러로 이어지는 북방삼각관계를 강화하려 했던 시도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중국의 동해 출해권 요구 - 푸틴은 즉답 회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시진핑은 북-중-러 체제의 복원에 대한 푸틴의 의도와 절박성을 읽었기에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한 듯하다. 즉 중국의 동해 출해권을 요구했다. 푸틴은 즉답을 피한 채 북한과 협의해 보겠다고 대응했다.
중국의 동해 출해권은 중국 땅이었으나 아편전쟁 이후 러시아에 빼앗겼던 연해주 지역을 다시 찾아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푸틴은 10년 전부터 동방포럼을 개최하고, 동방(연해주)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연해주를 지키려는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의 절박함을 이용해서 중국이 동해 출해권을 요구한 것은 중-러 관계의 미묘한 기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