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인사 품은 김동연 경기지사,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 견제역할 주목받아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중심의 '일극(一極) 체제'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거의 유일한 견제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이 대표의 독주로 인해 민주당과 한국의 정당정치가 훼손되는 현실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김 지사만 원론적 차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당대표가 대선에 도전하려면 대선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권·대권 분리 조항를 무력화하는 당헌·당규 개정 추진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지난 11일 SNS에 글을 올려 문제를 제기했다. 친명계를 전면에 포진 시킨 이재명 전 대표 체제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문제의 당헌·당규는 지난 달 17일 개정이 완료돼 이 전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가 되도 대선 1년 전에 사퇴할 필요가 없어졌다.
김 지사는 자신이 벌써부터 이 전대표의 정치적 대항마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눈치이지만, 친노·친문 인사들이 경기도로 속속 집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지사가 지난 2일 민선 8기 경기도 두 번째 대변인에 강민석 전(前)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을 임명한 것만 봐도 그렇다.
강민석 신임 대변인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을 역임한 친문계 인사다. 그는 청와대에서 일하며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록한 책 '승부사 문재인'을 2021년 9월에 출간한 바도 있다. 1966년생으로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경향신문 기자와 중앙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정치 에디터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김 지사는 강민석 대변인 외에도 친문 핵심이었던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을 최근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전해철 전 의원은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입문한 법조인 출신이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2대 총선 공천에서는 지역구인 안산시 갑 경선에서 양문석 후보에게 패배해 공천 탈락했다. 당시 공천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전해철 전 의원 외에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했던 김남수 정무수석이 있다. 김 수석은 김동연 지사 취임 이후 정책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 5월부터는 정무수석으로 일하는 중이다. 김 수석은 김 지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수석은 지난 대선에서 김동연 당시 새로운물결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일화 물밑 협상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았으며 지방선거와 인수위 구성, 도청 진용을 짜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강성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차관급)으로 재직한 친문 인사다. 주형철 경기연구원 원장도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역임했으며 지난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안정곤 비서실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 외에도 강권찬 기회경기수석도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실에서 근무했고, 지난 5월 임명된 신봉훈 경기도 정책수석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친노인사로 꼽힌다.
이처럼 친노·친문 인사들이 경기도로 모이는 것은 이재명 일극체제가 된 민주당 내에서 설자리가 없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구체적으로 발현된 이후 야권내 권력구도 재편과정에서 김 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 전대표의 선거법위반혐의 1심 선고가 10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친노·친문 인사들이 모여든 김 지사 진영이 야권내에서 차지하게 될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