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정철동 호(號), 하반기에 POLED·WOLED로 턴어라운드 일궈낼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해부터 인력 효율화 작업에 본격 나선 LG디스플레이(대표 정철동)이 최근 희망퇴직을 받아 업계 시선을 모으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월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 휴직 신청을 받았다. 이는 고정급의 5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가 사무직을 대상으로 자율적인 유급 휴직을 시행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았다. 회사는 경기도 파주와 경북 구미 공장의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고정 급여 36개월 치와 자녀 학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도 희망퇴직 모집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최근에는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기존 만 30세 이상에서 만 28세 이상으로 늘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이번달 희망퇴직 희망자 모집 공고를 내고 접수 중에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 기준은 근속 3년 이상 생산직이며 지금까지 만 30세 이상이 기준이었지만 이번에는 만 28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춰 대상을 확대했다.
이는 인력 효율화와 인건비 감소, 이를 통한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취지다. 재무 건전성 회복은 LG디스플레이에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다.
올해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고 있는 정철동 대표(63)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LG디스플레이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이에 따라 그는 임직원에게 보낸 취임 메시지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개선)가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2023년 말까지 LG이노텍에 몸담으며 회사 실적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그를 LG디스플레이 사령탑으로 세운 결정적 배경 또한 실적 개선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맥락에서 LG디스플레이가 단행한 해법은 인력조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는 정 대표 취임 후 한달도 채안돼 조(兆) 단위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업황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에 따라 조 단위 유상증자는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는 재무건전성 개선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 3959억원과 영업이익 1317억원을 기록해 반짝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1분기 46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내 한 개 분기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누적 영업적자만 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역시 수천억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흑자 전환을 통한 적자폭 축소가 기대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신모델용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및 WOLED(화이트 OLED) 패널 출하량의 성장과 함께 실적 턴어라운드가 전망된다”며 “올해 LG디스플레이는 모든 어플리케이션별로 OLED 패널 출하량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향후 수년간 OLED 사업부 중심 이익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940억원의 영업손실이 이어지겠지만 신규 아이폰패널 물동량이 늘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연구원은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570억원의 소폭 영업이익이 생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이폰16은 이전 제품에 비해 OLED 패널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라며 "베젤이 조금 좁아지는 정도이지만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생산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LG디스플레이는 과거 애플 모바일제품 내 수주와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폰16는 최근 지속된 품질 개선에 따라 일부 점유율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 흑자 기조가 예상되는 등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한 비용 절감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한편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만큼 자구책으로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는 8세대 IT(정보기술)용 OLED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경쟁업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6년까지 태블릿PC와 노트북PC 등에 들어가는 8.6세대 IT용 OLED 생산 시설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도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8.7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88억달러(약 11조5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기 8세대 OLED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에 따른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하지 않아 수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8세대 OLED에 대한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계속되는 분기 적자로 누적 손실도 계속 불어나는 상황"이라며 "LCD(액정표시장치) 같은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을 정리하는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재무 부담이 계속되면 미래 전략 설계를 위한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기업 미래를 위해서라도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