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납부' 법안 통과될까…"가입자 보험료 부담 커질 것"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 수수료율을 이유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보험료 카드납부가 제도화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카드 수수료가 보험료에 반영되면 고객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7일 보험료 납부시 신용‧직불‧선불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보험료 카드납부를 거부하는 보험사에 대한 처벌조항도 포함됐다. 보험사가 보험료 카드납부를 이유로 고객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개정안 제안 배경에 대해 "최근 신용카드 이용의 보편화로 보험상품에 대한 카드 결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의 신요아드 납부를 축소하거나 보장성 보험 등 특정 보험상품에만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신용카드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지불결제 편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020년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수수료율을 두고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이견이 있어 공회전을 거듭하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17개 손해보험사의 신용카드납 지수는 30.5%다. 2018년 말 25.6%를 나타냈던 손보업계의 카드납 지수는 지난해 말 30.7%까지 올랐으나 올해 1분기 하락한 것이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카드납 지수가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22개 생보사의 평균 신용카드납 지수는 3.8%로 5%가 채 되지 않는다. 2018년 3.1%와 비교하면 상승한 것이나 지난해 말 4.1%와 비교하면 낮아진 수치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카드납부 활성화를 위해 2018년부터 생‧손보협회 공시를 통해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를 공개해 왔다. 그럼에도 이처럼 카드납 비율이 저조한 이유는 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입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결제대금의 2%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데, 가맹점의 매출 규모에 따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보험업계는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아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면 그만큼 손해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보험과 같이 금액이 크지 않고 1년 단위로 가입하는 경우 카드납부가 활성화될 수 있지만, 장기상품의 경우 금액이 커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보험사에 부담이 된다고도 토로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보험료 산정 시 카드 수수료율은 반영되지 않아 수수료가 모두 비용으로 지출되고, 수수료를 반영하면 고객의 보험료 부담이 커진다"면서 "장기상품의 경우 보험료 액수가 크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비용 지출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상품의 성격에 따라 카드로 납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카드납으로 저축하지 않는데 성격이 유사한 연금‧종신 등 저축성보험은 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면 빚내서 저축하는 꼴"이라며 "장기보험의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큰 액수가 나가는 경우가 많아 카드납을 선택하지 않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도록 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커 고객 편의성 제고 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서 "보험업계에서는 1%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산정제도에 따라 수수료율을 적용하게 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적격비용 산정제도에 따르면 연간 매출 30억원 이상의 가맹점은 1% 후반대에서 2%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보험사의 경우 매출 규모가 커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없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격비용 산정제도에 따라 수수료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보험업계의 요구대로 수수료율을 조정하려면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보험사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우대수수료율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수수료율을 더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적격비용 산정제도 도입 후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돼 신용판매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이라며 "수수료율을 더 인하하면 카드사의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