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고지의무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한 간편건강보험을 내놓으며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손보업계의 단기성과에 집중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과거 10년간 암‧뇌졸중‧심근경색 등 3대 질병 진단 및 입원‧수술 경력 고지 의무를 담은 유병자 보험 ‘간편한3‧10‧10(삼텐텐)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기존 ‘3‧5‧5’ 고지와 비교해 입원‧수술 여부, 3대 질병 여부 고지의무 기간을 10년으로 늘렸다.

삼텐텐이란 3개월 이내 질병 진단 또는 검사 소견 여부, 10년 이내 질병 및 상해로 인한 입원‧수술 여부, 10년 이내 3대 질병 진단 여부를 확인한다는 의미다. 3‧5‧5의 경우 각각 3개월과 5년의 기간이 적용된다.

메리츠화재도 이달 ‘간편 3‧10‧5’ 보험을 출시했다. 저렴한 보험료에 암주요치료비 6억원, 간병인 사용일당 일반병원 15만원‧요양병원 5만원‧간호통합 7만원, 1인실 입원비용 60만원을 한도로 보장한다.

롯데손해보험도 유병자 보험 경쟁에 뛰어들었다. 롯데손보는 이달 ‘let:simple 간편 3‧10‧10건강보험’을 출시했다. 6~10년 내 입원‧수술, 5년 내 6대 질병, 6~10년 내 3대 질병 여부를 고지항목으로 한다.

보험업계의 이 같은 유병자 보험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보는 지난달 ‘3‧10‧10 간편 건강보험 플러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상품은 현대해상의 ‘3‧10‧10’ 상품과 동일하게 기존 3‧5‧5 고지에서 입원‧수술 여부와 3대 질병 여부 고지 의무를 10년으로 확대했다.

KB손보의 3‧10‧10 상품은 기존 상품에 비해 고지의무 기간을 늘린 대신 저렴한 보험료가 적용되며 인기를 끌었다. KB손보의 선전에 다른 손보사들도 경쟁에 참여한 모양새다.

기존 유병자 보험은 질병 고지의무 기간을 3년 정도의 단기간으로 설정했다. 지난해에는 5년 의무 상품이 대세를 이루며 기간이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KB손보가 10년으로 기간을 확대하면서 일부 보장내용(담보)에 건강한 ‘표준체’ 가입자보다 저렴한 보험료가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표준체보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큰 유병자의 보험료가 더 낮은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손보사들이 하나둘 3‧10‧10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유사 상품이 쏟아져나오면서 업계에서는 과열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에서 그간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시장을 개척하면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이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KB손보를 시작으로 업계에서 3‧10‧10 유병자 보험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면서 “각 사마다 상품의 차별점이 크지 않아 가입자 확보를 위해서는 마케팅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품구조나 담보에 큰 차이가 없다면 설계사 시책(수당) 등 마케팅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단기실적 중심의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