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 '자정작용' 기다리기엔 늦다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6.10 08:19 ㅣ 수정 : 2024.06.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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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지난해 본격 도입된 IFRS17은 도입 초기부터 제기됐었다. 회계제도가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사의 실적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는 8조26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50.9%나 성장했다. 생명보험사도 5조952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에 비해 37.6% 급증한 실적을 기록했다. 

 

당국은 지난해 6월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의 산출기준이 다르다며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회계변경 효과를 전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정도의 내용만 담겼을 뿐 계리적 가정은 보험사의 자율에 맡겼다.

 

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란은 손보업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손보업계는 지난해 1분기 대비 3960억원(15.4%) 증가한 2조969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해마다 '저성장'을 마주했다는 보험업계가 '역대급 실적'을 지속하자 당국은 또다시 제도 정비에 나섰다. 당국이 검토 중인 이번 제도 개선방안에는 보험계약마진(CSM) 회계처리 방식을 재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CSM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뜻한다. IFRS17 도입 이전에는 보험상품 판매 시 그 이익이 바로 수익으로 반영됐지만 IFRS17 도입 이후에는 우선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 뒤 분기마다 일정 비율을 적용해 이익으로 상각한다.

 

당국이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CSM 상각 시 적용되는 할인율이다. 보험사가 할인율 적용으로 초반에 상각할 수 있는 비중을 확대하면서 실적을 키웠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CSM 확보를 위해 단기납 종신 등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섰다. IFRS17 도입 이후 단기 실적을 올리기 위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 것이다.

 

보험업계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한 보험업계의 관계자는 "변경된 제도에 맞춰 회계를 맞춘 것일 뿐"이라며 "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2년째에 접어든 만큼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IFRS17은 보험부채 측정의 원칙만 제시할 뿐 할인율 적용은 보험사의 자율에 맡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제도 내에서 실적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업계의 '자정작용'을 기다리기에는 그 유혹이 너무 큰 것이다.

 

금융당국은 IFRS17 안정을 위해 릴레이 간담화, 한국회계학회 공동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도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금융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보험사의 실적을 신뢰할 수 있도록 개선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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