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12)] 김일성·김정일 업적 지우기와 자력갱생 전략의 허구성 (上)
[기사요약]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그림자 지우고 김정은 세우기에 몰두
집권 초기에는 김일성의 ‘축성(築城)’, 김정일의 ‘수성(守城)’ 등 찬양하며 선대 뜻 이어..
하지만 종래와는 전혀 다른 모습 보여.. 핵무력 완성과 체제수호 위한 무력 제고 및 남북한의 국가관계 설정 등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2.16(김정일 생일)과 4.15(김일성 생일)는 북한 최대 명절이었다. 북한 주민들은 고기, 과자 등 특별 배급을 받고, 파티를 벌이곤 했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명절 선물이 줄어들거나 내용이 달라지는 일은 있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받으며 명절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 선대의 업적 희석시키기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12월 17일, 김정은은 대권을 승계하면서 첫 지시를 내렸다. “슬프지만 일하면서 슬퍼하라”였다.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 7월 6일 김정일이 내렸던 3년 상과 유훈 통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연이어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돌아왔던 전 기관의 ‘선물 상납’도 사실상 폐기했다. 선물을 상납하는 명단을 별도로 만들어서 올리도록 했는데 최근에는 이것마저 없어진 듯하다. 아직도 명절의 분위기는 이어가고 있지만, 점점 전 주민들에게 주어졌던 선물도 점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1997년 이전까지는 4.15절이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1997년 7월 김일성 3년 상을 마친 이후 김일성 생일을 시작으로 연호를 채택함과 동시에 4.15절을 태양절로 격상시켰다. 급기야 김일성 헌법까지 도입하고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하기까지 했다.
•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대왕들의 흔적 지우기 시작
그런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대왕들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 매체에서 ‘태양절’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언급하더라도 ‘4월 명절’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2024년 4월 15일 노동신문 1면에서도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 4.15 경축”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전직 수령에 대한 의례적인 찬양 수준에 불과해졌다. 2.16에는 광명성절이라는 표현도 사라진 듯하다.
김정일 지우기는 이미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면서 진행되어 왔다. ‘유훈 통치’ 개념이 없었다. 김정은의 등장 당시 외모부터 김일성 따라 배우기에 집중했다.
은둔적이었던 김정일보다는 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친근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부각했다. 정상적이라면 김일성보다는 김정일 따라 배우기를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지우기도 사실상 김정일 업적 희석시키기와 일맥상통한다. 김정일의 업적이 남한을 북한 아래도 놓으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이라는 당근을 주었는데 이제는 그 당근을 거둬들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양 지역 출입구에 지뢰를 매설하는 한편 군부대의 재주둔을 위한 시설 철거 작업이 한창인 듯하다.
• 집권 이후 9년 동안 선대의 뜻 이어 북한체제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핵무력 완성
북한주민들은 김일성의 최대 업적을 “북한을 세우고(築城), 전쟁을 통해 미 제국주의를 물리치고 통일을 추구했던 것”이라고 볼 것이다.
김정일의 최대 업적을 “김일성이 세운 북한을 사회주의권 붕괴로부터 지켜냄(守城)과 동시에 김일성의 통일업적을 북한주도로 이어 가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남북한 교류확대 등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김정은 역시 집권 이후 9년 동안(2012~2020) 선대의 뜻을 이어 북한체제를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핵무력을 완성하고, 이를 활용하여 남북관계를 북한이 주도하면서 통일을 추구하는 한편, 미국과 직접적으로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체제를 지키는 기본 틀을 만들려고 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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