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위성 전문 기업 한화시스템(대표 어성철·사진)이 군사무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격통제시스템과 레이다 역량을 토대로 'K-방산' 수출에 첨병 역할을 한다.
특히 사격통제시스템은 방산 제품의 '두뇌', 레이다는 방산 제품의 '눈'과 같은 기능을 갖췄다.
‘전차의 두뇌’라고 불리는 사격통제시스템은 △사격통제컴퓨터(FCC) △포수용 운용전시기·표적전시기·통제판 △전차장용 표적전시기·운용전시기·통제판 등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사격통제컴퓨터는 포탑 내부의 주변 장치들과 연동해 포탑과 조준경을 제어하고, 탄도 계산과 자동추적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부품인 셈이다.
'전파이용 탐지 및 거리 측정(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줄임말인 레이다는 전자파가 대상에 부딪힌 뒤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측정해 대상을 탐지하고 그 방향, 거리, 속도 등을 파악하는 정보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사격통제시스템과 레이다는 오는 2029년 75조원대 거대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공격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 사격통제시스템과 레이다는 방산업체 현대로템의 'K2전차', LIG넥스원의 지대공미사일 '천궁-II'에 설치돼 있다.
이와 함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도 한화시스템 레이다 기술력이 적용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사격통제시스템과 레이다은 적군 포착과 타격 정밀도를 높일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첨단 기술"이라며 "이에 따라 두 기술력이 최근 'K-방산의 효자 기술'이라고 불린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업체 GII에 따르면 전세계 사격통제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4년에 74억달러(약 10조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사격통제시스템은 해마다 4.36%씩 성장해 2029년에는 91억5000만달러(약 12조6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레이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레이다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4년 341억8000만달러(약 47조3200억원)로 추정되며 매해 5.69% 성장해 2029년에는 450억8000만달러(약 62조41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 한화시스템, K2 전차 폴란드 수출에 힘입어 실적 개선 가속화
한화시스템의 방산 부문 실적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말이다.
한화시스템은 2022년 현대로템과 2500억원 규모 K2 사격통제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판매 계약을 맺어 같은 해 10대, 2023년 18대를 폴란드에 인도했다.
일반적으로 군수제품이 공급될 때 제작 회사(현대로템)는 물론 부품공급 회사(한화시스템)도 같은 시기에 매출을 잡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K2 전차가 인도되는 시기에 한화시스템 매출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은 2022년 4분기 매출 6080억원을 기록했다"며 "이는 과거 한화시스템 방산부문 분기 평균 매출 3000여억원을 두 배 이상 능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화시스템 방산사업이 2023년에도 매 분기 4500여억원이라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 한화시스템의 총 매출 2조4530억원의 74%(1조8170억원)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망도 좋은 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한화시스템이 올해 매출 2조7440억원을 기록할 것이며 총 매출 가운데 75%인 2조590억원이 방산 부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지난 30여년간 K2전차, K21장갑차, K9자주포, 30mm 차륜형대공포와 같은 기동·화력·방공무기체계에 적합한 사격통제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해왔다"며 "수 십 년에 걸친 역량이 있어 현대로템에 관련 부품을 신속하게 공급했고 이에 힘입어 K2 전차는 폴란드 땅을 빠르게 밟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천궁-II와 KF-21 힘입어 미래 성장전망 밝아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2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1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II 완성품은 LIG넥스원이 제작하고 관련 부품은 한화시스템이 공급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천궁-II가 2025년말부터 UAE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 실적은 2025년 말부터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사우디 정부와 4조2500억원 규모의 천궁-II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총 수주 금액 가운데 30%인 1조2750억원이 한화시스템이 공급하는 MFR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천궁-II를 2026년부터 사우디에 공급할 계획을 세워 한화시스템의 방산 부문 매출도 같은 시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MFR는 단일기능의 레이다와 탐지·추적, 전자전, 유도탄유도 등 레이다 기능을 모두 갖춰 탐지·추적, 미사일유도, 피아식별, 영역탐지, 요격확인 기능과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천궁-II MFR에 적용된 핵심 기술을 활용해 한국형 전투기(KF-21) AESA레이다 체계 개발에도 앞장 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KF-21에 적용되는 AESA 레이다는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해 표적까지의 거리 및 방위, 고도, 속도 등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무기체계다.
AESA는 임의의 방향으로 임의의 주파수를 가진 전파를 발사할 수 있어 레이다 추적미사일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낮다.
또한 이 무기체계는 부품 대부분이 반도체로 대체해 무게는 더욱 가벼워지고 제품 신뢰성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ESA 레이다 관련 기술은 미국·영국·프랑스·스웨덴·이스라엘 등 일부 선진국만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개발이 어려운 최첨단 기술"이라며 "한화시스템이 오랜 기간 쌓아온 레이다 역량을 총동원해 AESA 레이다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올해 6월 KF-21 20대 양산에 필요한 AESA 레이다 물량을 수주하고 2025년 말에도 같은 규모의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2026년 말에는 KF-21 80대 제작에 필요한 AESA 레이다를 수주해 한화시스템 실적 및 수주잔고(누계 수주물량)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올해 매출 2조7440억원, 영업이익 1350억원 △2025년 매출 3조190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 △2026년 매출 3조2440억원, 영업이익 18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잔고는 △2022년 5조6280억원 △2023년 6조788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