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가 쏘아 올린 해외결제 점유율 경쟁…지주계 카드사 최대 격전지 부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해외결제 시장에 주목하면서 업권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카드사마다 해외결제 특화 카드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누적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개인 해외 신용판매 금액은 2조3700억원으로 전년 동월 1조9400억원에 비해 22%가량 증가했다.
해외결제 금액은 2022년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 해외직구가 꾸준히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해외결제 금액이 증가하면서 카드사들은 해외결제 특화 상품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재 해외결제 시장의 강자는 하나카드다. 2022년 7월 출시된 하나카드의 해외결제 특화 체크카드 '트래블로그'는 올해 2월 28일 누적 가입자 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하나카드의 체크카드 해외이용 시장점유율은 트래블로그 출시 이전인 2022년 6월 20.2%에서 트래블로그 출시 1년 6개월 만인 올해 1월 39.2%를 기록했다. 트래블로그 출시 이후 약 2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하나카드는 이달부터 무료 환전 통화를 기존 26종에서 41종으로 확대하며 해외결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2월 신한은행과 함께 '신한카드 SOL트래블 체크카드(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해외결제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SOL트래블 체크카드는 출시 한 달 만인 지난달 15일 발급 30만장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SOL트래블 체크카드는 30종 통화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용 후 남은 외화를 원화로 재환전 할 경우에는 수수료 50%를 우대해 준다. 미 달러와 유로를 카드와 연계된 신한은행 전용 외화계좌에 넣어두면 각각 연 2%와 1.5%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카드도 지난해 8월 외화 충전 및 결제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월렛'과 함께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하며 해외결제 시장 경쟁에 나섰다. 이 카드는 트래블월렛에서 제공 중인 선불 서비스에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해 잔액이 부족하면 신용결제로 자동 전환된다.
KB국민카드는 이달 8일 해외결제 특화 혜택을 담은 'KB국민 위시 트래블(위시 트래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KB국민카드 '위시' 시리즈의 해외 특화 상품으로 조건과 한도 없이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겸용인 마스터 브랜드로 실물카드 발급 시 비접촉결제 결제가 지원된다.
통상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국제브랜드 이용 수수료, 해외 서비스 수수료가 부과되고 환전 수수료가 더해진 환율(전신환매도율)이 적용돼 원화 청구금액이 계산된다. 반면 '위시 트래블' 카드는 수수료 부담 없이 해외에서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해외에서 이용한 만큼만 우대환율을 적용해 결제일에 청구된다. 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 잔액을 원화로 다시 환전할 필요가 없어 수수료 부담을 줄였다. KB국민카드는 이달 22일 새로운 해외결제 특화 체크카드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시 트래블 카드는 신용카드 최초로 별도의 환전절차 없이 자동으로 수수료 면제와 우대환율을 적용해주는 획기적인 상품"이라며 "체크카드의 경우 환전한 금액을 사용해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재환전을 해야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이 같은 번거로움이 없어 고객 입장에서 편의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업계가 수수료 면제·환율 우대 등 비용을 투입하면서 해외결제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는 것은 회원 수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당장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회원 수를 늘리면 결국 수익성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결제 이용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고객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라며 "해외결제 특화 신용카드를 내놓으면서 수수료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해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하나카드가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해외결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다른 카드사들도 혜택을 강화하며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수수료 우대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크지는 않지만 서비스 제공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결제를 통한 수익보다는 회원 수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