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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식탁이야기(5)

세련된 식사 매너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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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4.06 07:45 ㅣ 수정 : 2024.10.11 16:55

음식 매너는 다른 문화 간의 이해와 존중을 표현하는 수단
일본 작가 시오노나나미, '태양은 가득히' 영화서 알랭드롱 비판
“지나친 식사 매너가 주변 사람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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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편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먹는 것이 최고의 식사 매너다. [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음식은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나라와 지역마다보유하고 있는 식재료의 고유한 특징과 맛이 각각 그들의 음식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을 먹는 방식과 에티켓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문화적 배려를 나타내는 요소로, 특정 나라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음식을 조리해서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식탁에서 음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에티켓은 집단과 개인의 문명 수준과 함께 사회적 관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예컨대 일본 사람들은 식사 도중에 절대 시끄럽지 않으며 공손함과 예의를 갖추는 것을 중시 여긴다. 반면에 아랍 문화권에서는 식사할 때 포크나 수저 대신 주로 손을 사용하지만 이때 왼손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로 여기는 것이 이들 식사 문화의 기본이다.

 

이처럼 음식을 먹는 매너는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이해와 존중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음식 먹는 에티켓을 말하면 흔히들 테이블 매너나 옷차림 같은 것을 먼저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식사 매너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든 간에 그 먹는 방식이 자기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한끼 당 몇십만원을 넘는 고급 식사라 해도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을 먹는 모습이 뭔지 모르게 어색하고 촌스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라면 한 그릇이라도 먹는 모습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의 식사 장면에서 멋지고 화려한 주인공들의 먹는 모습에서 쉽게 공감할 수가 있다. 재벌가 사모님이나 회장님 역으로 호화스런 식탁에 앉아서 시중을 받으며 식사를 하는 배우들의 식사 장면을 떠올려 보자. 이들이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거나 포크나 나이프를 다루는 매너는 결코 흠잡을 것이 없어 보이지만 뭔지 모르게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 전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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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시오노나나미는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알랭드롱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나친 음식 매너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EBS 고전영화극장 화면 캡처]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일본 출신 작가 시오노나나미는 그녀 특유의 독설로 배우 알랭드롱을 딱 찍어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알랭드롱이 상류층 대저택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그의 테이블 에티켓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정확했지만 ‘천박한  속성’이 드러났다고 그녀는 매섭게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한 시오노나나미의 이야기를 직접 빌려보자. “알랭드롱의 테이블 매너는 의자에 앉은 모습도 등을 바로 편 모습이었고,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은 것도 아니고 나이프 포크 스푼 사용법도 모두 틀리지 않았다. 쩝쩝거리거나 그릇을 달가닥거린 것도 아니고 음식을 입속에 잔뜩 문채 지껄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테이블 매너에 너무도 충실했던 것이다. 매너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도 열심히 지킨 것이다. 마치 벼락부자가 교과서대로 열심히 실행하려는 듯해 보는 쪽이 힘들어진 것이다. 개 흉내를 내는 늑대는 개도 아니고 늑대도 아니다. 치장된 식탁에 앉은 알랭 들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덧붙여 주인공인 알랭 드롱의 모습이 이렇게 경직되고 어색하다 보니 나머지 조연들도 덩달아 자연스럽지 못하게 보였다며 못마땅해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아마도 감독이 여러 번 재촬영을 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라며 작가 특유의 독설로 마무리 했다.

 

이 구절에 대한 일부 평론가들은 이처럼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알랭드롱은 원래 빈민층 가까운 배경에서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네 포장마차 같은 식탁에서 그의 매력이 더 자연스러웠을 거라는 것이다.

 

물론 한 개인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식사하는 방식이 그만큼 개인의 분위기를 드러내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고 식사법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이 비슷한 느낌을 지인들과 식탁에서 곁들이는 와인을 먹는 자리에서 종종 느끼곤 한다. 경우에 따라선 와인 자체도 싼 가격이 아닌데 와인 한 잔을 제대로 먹기 위한 형식들이 왜 그다지도 복잡한지 모르겠다. 심지어 지인 중에는 와인 맛을 평가하고 마시는 방법을 교육까지 받아가며 참석하는 경우도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는 촌스러운 짓이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식사법이란, 함께 하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 충분한 것이다. 와인을 후르르 마시든, 물 컵에 따라 마시든 사람이 자기답게 마시면 되는 것 아닐까. 

 

문명이란 오랜 세월 살면서 저절로 몸으로 습득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식사 에티켓도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는 대로 나오는 법이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허세 부리지 않고 편하게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먹는 것이 최고 세련된 식사 에티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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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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