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싸움 '형제 승'…'상속세 납부' 갈등 불씨는 여전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에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승리했다. 임종윤 이사가 모친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 임주현 부회장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송 회장도 29일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 가족 모두 합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꼭 만들겠다”라며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임종윤·임종훈 이사가 경영은 복귀하게 됐지만 아직 경영권을 수복(收復)한 게 아니기 때문에 후폭풍도 예상된다. 송 회장과 임 이사가 서로 화해의 이사를 밝혔지만 갈등이 봉합된 게 아니다.
■ 상속세 납부에 따른 '오버행 이슈' 가장 큰 난제
OCI홀딩스와 통합 추진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었다. 통합이 좌초돼 송 회장과 임 부회장에게 상속세 납부는 큰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 임종윤‧임종훈 이사와 갈등이 잔존하기 때문에 상속세 이슈로 경영권 싸움이 재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송 회장은 “(OCI홀딩스와) 통합 안을 만들게 했던 여러 어려운 상황들은 그대로”라고 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막대한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물러나면서 상속세 마련을 위해 갖고 있는 지분 상당수를 주식시장에 내다 팔수도 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임종윤‧임종훈 이사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시장에 나온 지분을 매입해야 된다. 임종윤‧임종훈 이사도 자신들의 상속세 납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 지분 매입을 위해 막대한 지출이 수반된다.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임 부회장은 “대주주 가족의 지분에 대해 프리미엄을 보장하며 경영권과 함께 넘기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타인 및 기관에게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지분을 넘길 경우 임종윤‧임종훈 이사의 경영권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향후 법정싸움도 예상된다. 지난 24일 임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무담보로 오빠(임종윤 이사)에게 빌려준 채 돌려받지 못했던 266억원의 대여금을 즉시 상환할 것을 촉구하며 익일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이 지난 2020년 사망하면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5400억 원의 상속세를 부과 받았다. 현재 2000억 원 가량의 상속세 잔여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총에 앞서 임종윤‧임종훈 이사는 임 전 회장이 품었던 글로벌 빅파마 꿈을 달성하기 위해 시총 200조 원 육성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탁개발(CDO)·임상시험수탁(CRO)까지 확장하며 100개 품목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계획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