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OpenAI를 제소한 이유는? (下)
사람들은 시, 소설, 보고서 등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알고리즘 코딩 등 창작의 세계가 그동안 인간에게만 허락된 별도의 영역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AI(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진화한 AI가 스스로 창작의 영역을 넘보는 시대가 되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등장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생성형 AI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현실로 나타나 적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생성형 AI의 시장현황, 다양한 이슈와 관심 사항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일론 머스크의 꿈은 원대하다. 꿈을 좇아 보통사람들보다 앞서 나간다.
그러다 보니 대중을 열광시키기도 하지만, 가끔 허황된 꿈을 꾸면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기합리화를 위해 신뢰를 저버리는 경우도 있다.
• 생성형 AI 둘러싼 ‘테크 자이언트’ 간 경쟁 시작, 이에 머스크는?
OpenAI는 2022년 11월 본격적으로 생성형 AI에 불을 지핀 GPT-3.5 출시에 이어 2023년 3월 GPT-4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구글은 바드(Bard)라는 경쟁 챗봇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인간과 자연스럽게 채팅하고 끝없는 텍스트 기반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거대 기술기업 “OpenAI-마이크로소프트와 DeepMind-구글” 간의 경쟁 무대가 마련되었다.
그렇다면 ‘샘쟁이’ 일론 머스크는?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이, 자신의 회사에서 인공지능 역량을 개발하겠다는 머스크의 결심은 2018년 OpenAI와의 결별을 초래했다.
그래서 머스크는 다양한 관련 프로젝트 진행을 목적으로 ‘적들’과 경쟁하기 위한 AI팀을 구성하는 데 앞장선다.
여기에는 인간 두뇌에 마이크로칩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뉴럴링크(Neuralink), 인간과 유사한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 수백만 개의 비디오를 사용하여 인간의 두뇌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을 훈련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인 도조(Dojo)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머스크는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을 추진하는 데에도 집착하게 된다.
처음에는 일련의 이러한 과정이 다소 독립적이었지만 결국 머스크는 인공 일반 지능(또는 범용인공지능;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xAI’라는 새로운 회사와 함께 이 모든 노력을 하나로 묶었다.
• 머스크, AI 시스템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어 두려워..‘테크 자이언트’ 견제 위해 트위터 활용 제한
머스크는 이러한 챗봇과 AI 시스템이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손에 들어가면 정치적으로 세뇌될 수 있으며, 심지어 ‘깨어 있는(척하는) 마음 바이러스(woke-mind virus)’라고 불리는 해독(害毒)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스스로 학습하는 AI 시스템이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woke: 깨우다(wake)의 과거분사형인 woken에서 유래된 말(미국 흑인 영어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 긍정적 의미로 쓰였으나, 백인 보수층을 중심으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에 빠진 사람들을 비꼬며 ‘깨어 있는 척’의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다음 시사, Wikipedia)).
머스크는 ‘테크 자이언트’에게 대적하고 이들을 견제하기에 좋은 자산을 갖고 있다. 바로 데이터다.
새로운 챗봇은 인터넷의 수십억 페이지와 기타 문서 등 방대한 양의 정보에 대해 훈련을 받는다. 머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중요한 자산은 트위터이다. 여기에는 수년 동안 게시된 1조 개 이상의 트윗이 포함되어 있으며 매일 5억 개가 추가된다.
트위터는 실제 인간 대화, 뉴스, 관심사, 트렌드, 논쟁 및 전문용어 등을 담은 세계에서 가장 시의적절한 데이터 세트이다. 게다가 실제 인간이 응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챗봇을 위한 훌륭한 훈련장이었다(Time, 2023.9.6.).
2023년 머스크는 트위터 유료화를 추진했으며, 사용자가 하루에 볼 수 있는 트윗 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 목적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수백만 개의 트윗을 ‘스크랩’하여 AI 시스템을 학습시키는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 특이점, 예상보다 빨리 일어날 수도 있어서 우려
새로운 AI 기계 학습 시스템인 생성형 AI는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출력 생성 방법을 스스로 가르칠 수 있으며, 자체 코드와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는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과 SF 작가 버너 빈지(Vernor Vinge)가 인공지능이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스스로 발전하여 우리를 단순한 인간으로 남겨둘 수 있는 순간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머스크는 불길한 어조로 “그 일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Elon Musk”, Walter Isaacson).
(※특이점 관련 정보는 “[미네르바의 눈] 특이점(Singularity)은 정말 가까이 와 있는가? (上, 中, 下)”, 2022.5 내용 참고)
• OpenAI 제소 이유..‘테크 자이언트’ 견제?, 인류에게 도움되는 AGI 연구 진행?
그래서일까? 머스크는 이번 제소를 통해 본인이 추구하는 인공지능의 나아갈 길을 더욱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최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우주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 결과 인간은 우주의 흥미로운 일부이기 때문에 인류를 보존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 말과 일맥상통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머스크가 스타트업 xAI 설립, 생성형 AI ‘그록(Grok)’ 공개 과정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언급했었다.
그록 공개 당시 머스크는 ‘우주의 본질 이해’, ‘진실’, ‘인류’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다(필자의 이 시리즈 34편(2023.11.9.) 참고).
그렇다면 머스크가 OpenAI를 제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AI(AG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 또는 본인이 꿈꾸어 왔듯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AGI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람에서?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후자에 조금더 무게가 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허황된 꿈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