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두산그룹의 향후 3대 성장동력은 소형모듈원전(SMR), 로봇, 반도체 테스트 서비스'
박정원(62·사진) 두산그룹 회장이 '3개 마술 지팡이'로 그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자로 일궈낸다.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주요 매출원)'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국내 원전 사업을 재개하고 SMR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실적 호조를 일궈내고 있다.
이에 더해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사업 첨단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하기 위해 설계된 로봇이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협동로봇은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반도체 테스트 서비스 업체 두산테스나도 두산그룹 미래를 밝히는 유력주자로 등장했다. 두산테스나는 주로 반도체 후공정(테스트·패키징)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두산그룹의 차세대 핵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박정원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SMR을 포함한 원전 사업에서 기회를 확보하자”며 "인공지능(AI) 발전을 비롯해 자동화, 무인화 기술에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순식간에 뒤쳐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 회장이 △SMR 등 원전사업을 비롯해 △협동로봇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대목이다.
■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원전 사업으로 먹거리 확보하고 美 SMR 시장 공략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탈(脫)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 수주 곳간은 넉넉히 채워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분기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9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2014년 수주한 원전 사업 이후 9년 만에 따낸 대규모 수주다.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았다.
게다가 아직까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추가수주 기대감을 높인다.
산업화에 따른 전력 수요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수요 증가분을 원전이 보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에게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원전 사업, 태양광 사업 등 각종 에너지 사업 계획이 포함된 제11차 전기본은 올해 2월 확정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가운데 반도체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사업을 육성하려면 친환경 에너지이면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 사업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또 한번 대규모 원전 수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부상한 SMR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원전기업과 확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종합 회계·컨설팅 자문업체 삼정KPMG가 발간한 '미래 에너지 시장의 올라운더를 꿈꾸는 SMR'보고서에 따르면 SMR 시장은 오는 2040년 3000억달러(약 393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직까지 전세계 어디에서도 SMR 준공이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여러 기업과 협력해 향후 SMR 프로젝트를 거머쥘 수 있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원전 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엑스에너지(Xenergy) 등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달러(약 58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했으며 2021년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추가 투입해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뉴스케일파워와 SMR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생산전문기업)'로 진화하고 있다.
이 외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엑스에너지에 500만달러(약 70억원)를 투자하는 등 SMR 파트너를 늘려나가는 모습이다.
■ 10조원 대 협동로봇과 67조원 대 반도체 후공정에 가속페달
두산로보틱스와 두산테스나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협동로봇과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담당해 두산그룹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10월 5일 두산로보틱스를 한국거래소에 상장시키면서 협동로봇 분야 공략에 고삐를 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9억81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6년 79억7200만 달러(약 10조61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으로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에서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34%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화낙 11% △중국 아우보(Aubo) 7% △대만 테크맨 로봇 5%, △스위스 ABB 5%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로 6위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유니버설 로봇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대동소이한 편"이라며 "게다가 아직까지 협동로봇 시장이 본격 개막되지 않아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2026년까지 협동로봇 라인업(제품군)을 17개로 늘리고 판매채널을 현재 89개에서 2026년 273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생산 역량도 2023년 연산 3200대에서 2026년 1만1000대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는 두산로보틱스가 판매망과 생산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보다 중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을 세운 셈이다.
이를 보여주듯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두산로보틱스는 당장 협동로봇을 통한 사업 수익을 확보할 수는 있다”며 “다만 이보다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공략하기 위한 기업 역량 강화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자이언 마켓 리서치(Zion Market Research)'는 세계 반도체 후공정 시장이 2022년부터 연평균 4.8% 성장해 2028년 509억달러 규모(약 67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두산테스나는 지난 2월 이미지센서(CIS)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엔지온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두산테스나는 이미지센서, 지문인식센서, 디스플레이 구동 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도체 후공정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엔지온 인수로 두 회사는 앞으로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