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진화(2)] 정기선 부회장, ‘자율운항’ 솔루션 펼쳐 340조원 시장 공략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2.16 05:00 ㅣ 수정 : 2024.02.16 05:00

아비커스 미국 법인 설립해 소형 선박 자율운항 시장 공략
대형 선박 자율운항 기술 전세계에서 처음 상용화에 성공
정기선 부회장, 자율운항사업 차기 총수 경영능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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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수소·자율운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자율운항 사업 육성은 오너가(家) 3세인 정기선 부회장(42·사진)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사장에 오르고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은 △궁극의 친환경 사업인 수소 △마진 높은 소프트웨어 사업인 자율운항에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방침이다. 지난 수십 여 년 간 조선·정유·건설기계 등 기간산업 위주로 성장해온 HD현대는 친환경과 AI(인공지능) 등이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정 부회장이 제시하는 신(新)사업으로 그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 부회장이 펼치는 신사업 전략 방향과 의미를 짚어 보기 위해 2회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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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첨단 기술로 무장한 ‘자율운항 사업’을 추진해 약 340조원에 이르는 세계 자율운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자율운항선박은 기존 선박에 정보통신(ICT), 센서, 스마트기술 등을 융합해 시스템이 선박을 제어하고 사람 간섭 없이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일상화 하면서  조선업계에도 AI 기능을 활용한 자율운항 선박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HD현대가 새로운 사업 영역인 자율운항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는 것은 지난 수 십 년간 축적한 선박 건조역량과 자율운항 기술을 융합하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명실상부한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경쟁업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를 비롯해 중국 조선업체들이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 HD한국조선해양을 추격하는 가운데 HD현대는 기존 선박 건조 역량에 자율운항 기술을 추가해 향후 세계 선박시장에서도 왕좌를 지킬 방침이다.

 

HD현대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기준 전세계 선박 발주량 4213만CGT(1225억달러·약 163조원 규모)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이 805만CGT(234억달러· 약 31조원)를 수주해 시장점유율 19.1%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CGT는 수주선박에 부가가치를 반영해 산정한 단위값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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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의 자율운항선박 자율화 등급 [사진=KT]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율운항 기술은 선원의 탑승 유무와 원격제어 가능 여부에 따라 등급이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선박 기자재의 일부 자동화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뜻하며 △2단계는 선원 승선 상태에서 선박 원격 제어 가능 기술 △3단계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제어 및 선박 장애 예측·진단 기술 △4단계는 완전한 무인 자율운항 기술이다.

 

HD현대는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솔루션 '뉴보트(NeuBoat)',  대형 상선용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HiNAS)'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두 솔루션 모두 자율운항 2단계까지 개발했다.

 

특히 두 솔루션을 개발한 HD현대 계열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Avikus)는 지난해 11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소형 레저보트를 대상으로 한 자율운항 솔루션 공급·판매를 시작했다.

 

아비커스는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하이나스 2.0(2단계)을 상용화해 대형 선박 자율운항 시대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소형·대형 선박 자율운항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자율운항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자율운항 시장 전망도 밝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운항 시장 규모는 2025년 1550억달러(약 207조원)에서 매년 10.5% 상승해 2030년에는 2541억달러(약 3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HD현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글로벌 자율운항 시장이 현재 무주공산"이라며 "이에 따라 HD현대는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비커스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신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출범한 회사"라며 "이에 따라 정기선 부회장은 수시로 아비커스를 방문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성공시킨다면 차기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HD현대가(家) 오너 3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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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아비커스의 뉴보트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정밀하게 소형 선박을 조종할 수 있다. [사진=아비커스]

 

■ 소형 선박 자율운항 기술로 新시장 개척 가속페달

 

아비커스는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솔루션 뉴보트를 활용해 글로벌 소형 선박 자율운항 시장 개척에 나섰다.

 

뉴보트 기술은 AI 자율운항 솔루션이 인간 신경세포처럼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운항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보유한 아비커스는 지난 2022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율운항 기술을 적극 활용해 소형 보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비커스는 또 같은 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보트 쇼 ‘포트로더데일(Fort Lauderdale International Boat Show)’에 참가해 뉴보트 기술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에 판매되는 소형 선박 가운데 50% 이상이 미국에서 거래된다”며 “이에 따라 아비커스는 세계 최대 소형 선박 시장을 갖춘 미국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미 현지에 영업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 기술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해외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아비커스는 포트로더데일에서 글로벌 보트 전장(전기·전자 장비)업체 레이마린(Raymarine)과 자율 항해 보트 상용화를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두 회사는 자율 항해 기술을 공동 개발해 지난해 9월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린 '칸 요트 페스티벌 2023’에서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였다. 업그레이된 기술의 이름은 ‘뉴보트 도크(NeuBoat Dock)’다. 

 

뉴보트 도크는 총 6대 카메라 시스템으로 이뤄진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충돌 회피와 접안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뉴보트 도크 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주력해온 대형 상선 자율 항해 솔루션 분야를 넘어 소형 선박인 레저보트 시장에도 자율 항해 기술을 이끌 수 있게 됐다”며 “2026년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에 ‘아비커스 미국 법인’을 설립해 미국 레저보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상선은 전문 항해사 여러 명이 선박 하나를 컨트롤하기 때문에 접안, 암초지역 운항 등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소형 레저보트는 일반 탑승자 1~2명이 운항을 책임지기 때문에 접안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비커스 미국 법인 설립은 그동안 개척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에 따른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술 첨단화 노력에 힘입어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 기술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에서 2023, 2024년 2년 연속 혁신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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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선박에 탑재되는 하이나스 기술 구동 화면 [사진=아비커스]

 

■ 아비커스, 대형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 가장 앞서 나가

 

아비커스의 대형 선박 자율운항 2단계 기술 하이나스 2.0은 각종 항해장비 및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AI가 융합하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선박이 최적 항로와 속도로 자동으로 운항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토대로 아비커스는 지난 2022년 SK해운·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로부터 총 23척에 대한 대형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23척 선박에는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선박 종류)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아비커스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솔루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첫 2단계 상용화'라는 영예를 안았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수주 물량 23척 가운데 올해 2월 기준 7척이 건조됐으며 이 물량에 자율운항 솔루션이 탑재돼 정상적으로 인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형·대형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을 처음 상용화하고 판매가 이뤄진 것은 아비커스가 유일하다”며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율운항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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