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혁신 최우선...범농협 역량 집중할 것"
[부산/뉴스투데이=최동빈 기자] "농민의 농협 만들겠다"
2020년 24대 선거에서 패배의 고비를 마셨던 경남 합천율곡 강호동 조합장이 두 번째 도전 끝에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차기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강호동 당선인은 3월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이성희 현 회장의 뒤를 이어 앞으로 4년 간 농협중앙회를 이끌게 된다.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021년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이후 전국 조합장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를 처음 적용하는 사례로, 2007년 이후 중단됐던 직선제가 17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에서 선거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 당선인과의 인터뷰에서 얼마만큼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축협의 지배와 경영 참여를 확대할 것인지 주목된다.
다음은 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Q : 먼저 농협중앙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두번째 도전끝에 이룬 쾌거인데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당선소감을 말해 주신다면?
A : 전국 조합장님들의 열렬한 성원에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지난 선거운동기간 선의의 경쟁을 해 주신 후보님들께 도 깊은 감사와 위로를 드립니다. 공약으로 제시한 여러 정책 및 과제들은 다시한번 가다듬어 빠른 시일안에 구체적 실천방안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조합장님들께 여러번 밝혔듯이 저는 임기내내 농민곁으로, 국민속으로 들어가 현장에 가 있겠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농협"을 만들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성원을 돌려 드리기 위해 4년을 10년 같이 일 하겠습니다. 중앙회 및 농·축협의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농민의 농협"을 만들고 세계속의 글로벌 농협을 구축 하겠습니다.
Q : 17년 만에 직선제로 뽑힌 회장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 보내주신 압도적인 지지는 농협중앙회를 혁신하고 변화시켜 농·축협 발전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조합장들과 함께 소통하며 농·축협이 주인이 되는 중앙회를 만들것이며, 다른 후보 여섯분이 내신 공약도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구현하는 데 접목하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 쟁쟁한 후보들과 결선투표까지 가게 되었지만 결국 압도적으로 당선인이 되었습니다.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A : 저는 농촌지역에서 태어나 대학 생활을 한 대구 이외는 전 인생을 농업현장에서 농업인들과 애환을 함께 해왔습니다. 조합장으로 처음 취임한 율곡농협은 부실조합으로 중앙회 경영감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1개 면으로 이루어진 단일농협으로 자산규모만 2,500억 원에 달하는 강소농협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율곡농협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판매·유통사업 등 경제사업이 강한 농협입니다.
경제사업 규모는 200억 원 정도로 성장했으며, 15년 전 전국에서 최초로 생장물 사업을 시작하여 농협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판매·유통까지 책임지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는 농작업 대행사업도 시작했고 양파와 양파즙, 딸기 등을 외국에 수출하는 등 경제사업을 잘하는 농협의 표상이 되고 있죠. 그동안 누구보다도 농촌 현장을 지키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애절한 마음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 해왔습니다.
젊고 역동적인 사고와 동시에 강한 열정으로 농협개혁을 이루고자 합니다. 24대 농협중앙회장 출마 경험과 함께 지난 4년 간 농·축협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농협조직의 다양한 직무경력과 외부 조직 활동을 통하여 농협조직을 잘 끌어갈 수 있습니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업인이고 농협의 존재가치는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비전을 현장에서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Q : 농협중앙회장으로서 혁신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 ‘농민을 위한 농협’ 구현에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농민이 편하게 농사짓도록 영농정보를 제공하고, 유통경로를 단순화해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농업기본소득 지원 등 소득 보전 대책을 추진하고 농자재 계통구매 확대로 농자재 가격을 낮추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일선 현장을 누비며 농민과 농·축협의 목소리를 청취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농민실익 증대를 위해 농산물 유통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범농협 역량을 집중해 갈 것입니다. 농협 내부적으로는 신뢰받는 민족 자본으로서 선진화된 금융 기법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할 것 이며, 상호금융을 자산운용 전문기관으로 탈바꿈시키고 농협 이념 교육을 강화해 농협의 정체성도 확립하겠습니다.
Q : 선거에 앞서 주요 공약으로 △ 농·축협 위한 무이자 자금 20조원 조성 △농가소득 보전 대책 마련 △상호금융 제1금융권 수준으로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웠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A : 농·축협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이자 자금 20조 원을 조성해 조합 1곳당 200억∼500억원을 지원하며, 농·축협 중심으로 중앙회 사업 구조를 재편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범농협 계열사의 농·축협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경쟁사업은 과감하게 농·축협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농·축협에 경영 컨설팅을 지원해 경영환경 개선도 도모하는 한편 맞춤형 컨설팅으로 강소농협을 육성할 것입니다.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지원방안으로는 우선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모든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농정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입니다. 동시에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거점 농기계센터와 농·축협 농기계센터 현대화를 지원해 영농비를 절감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전망입니다. 축산농가 경영안정을 위해서 낙농가의 사료 구입비를 지원하고 축산물 수급안정자금 지원을 인상, 축산물시장 확대를 위해 한우 할인행사를 하고, 우유 등 유제품을 취약계층에 무상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농협경제지주의 지도 기능을 중앙회로 편입해 농·축협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 무이자 자금 지원 시 농·축협 자부담을 없애고, 농협중앙회 출자배당률을 농·축협 수준 이상으로 높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더불어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할 것입니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양극화는 농협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농촌농협에 대한 도시농협의 일방적 지원으로는 도시·농촌 상생에 한계가 따릅니다. 그렇기에 도시·농촌 농협 간 공감대 확산을 위한 공동사업을 확대하고 상생 모델을 개발하여 해결하고자 합니다. 또 ‘1도1농 운동’을 농협 차원에서 전개하겠습니다. 1도1농 운동이란 ‘1사1촌 운동’처럼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자매결연을 확대하는 운동으로,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교류가 확대되면 자연스레 함께할 수 있는 사업 모델 등이 도출되리라 생각합니다.
농가소득 보전 대책으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가소득은 2013년 3452만원에서 2023년 4830만원으로 10년 새 1378만원 늘었지만, 농외소득이나 이전소득을 제외한 순수 농업소득은 수십년째 1000만 원대 안팎을 맴돌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농업 경영비 부담을 완화하고 농산물 수급 관리를 고도화할 방안을 찾겠습니다.
또한 정부와 협의해 농업 기본소득 지원 등 농가소득 보전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농가 대부분이 벼농사에 종사하는 만큼 쌀값 안정이 중요합니다. 우선 쌀 가공과 소비 촉진을 활성화할 방안을 찾아 쌀값 안정에 앞장서겠습니다. 벼 매입 자금 증액을 추진하며 지원 기간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고, 벼 산지 매입 가격 ‘40㎏ 7만 원’ 보장하고 쌀 재배 농가와 미곡종합처리장(RPC) 보유 농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쌀값을 안정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미래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 강화도 필요합니다.
지난 60년 간 농협이 쌓아온 농업·농촌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농업형 챗GPT(지피티)’와 같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농업·농촌 발전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호금융은 시중은행들이 기피 했던 농업자금을 공급하고, 시중은행들이 점포를 축소하는 것과 달리 지역 조합원에게 금융 편익을 제공함에도 금융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상호금융 상품 개발과 인력 운용을 전문화하고, 농·축협 수익 창구 다변화를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농·축협 연체 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19 현장지원팀’을 권역별로 설치하고 전문가를 배치하여 전문가들이 지역을 방문해 선제적으로 여신 점검 등 필요 업무를 지원하도록 할 것입니다. 또 농·축협 이용 채무자에 대한 신용 회복 프로그램도 운영해 고객들의 정상적 경제활동을 돕겠습니다. 농협 상호금융이 농민과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동시에 농·축협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혁신할 것입니다.
Q : 마지막으로 하시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A : 앞으로의 농협은 지난 60년 동안 종합농협으로서 일궈온 성과 위에 변화와 혁신을 더해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입니다. 새로운 미래 농협은 농협의 존재이유와 정체성을 되새기며 농업인 소득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여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하는 농협으로 재창립하는 도약의 해로 전진해야 합니다. 그동안 농민과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다양한 사업으로 보답할 때라 생각하고 변화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농민본위, 항재농장,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새로운 농협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 여건에 대응해 농협의 역할을 강화하고 혁신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