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금융·충당금 부담...‘기대 이하’ 금융지주 실적, 바닥론도 제기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큰 폭 하회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민생금융과 대손충당금이 회계에 반영되면서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 성장세와 비용 부담 완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는 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전일 보고서에서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지난해 4분기 합계 순이익 추정치를 1조447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2조1430억원)를 32.4% 하회하는 수준이다.
4대 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3조6049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는데, 하나증권 전망대로라면 최종 연간 순이익은 약 1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당초 제시된 연간 순이익 컨센서스가 최대 16조원대였던 걸 고려하면 1조원 가까이 빠진 실적이다.
이는 금융지주 계열 시중은행들의 민생금융 지원 비용 중 상당 규모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이 대출이자 캐시백(환급)을 비롯한 민생금융 프로그램에 배정한 돈만 총 1조3103억원에 달한다.
분담 기준은 지난해 각 은행 당기순이익의 10%로 책정됐다. 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지출액도 크게 산정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거의 한 달치 영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내는 거라 실적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잠재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확대도 실적 변수로 작용한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3분기 적립한 충당금은 총 5조5434억원으로 전년동기(2조8569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증가 등 고금리 장기화가 불러온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부도시손실률(LGD) 상향 조정과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확실성 확대 등이 금융지주 충당금 확대 압박을 키우는 양상이다. 지난해 4분기 역시 보수적 관점에서 충당금 적립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지주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의 근간이 되는 대출 자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경우 조달 비용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원화 대출금 잔액은 1186조8581억원으로 전년 말(1152조7526억원) 대비 2.95% 증가했다. 각 은행별 증가율은 △하나은행 5.2% △우리은행 2.7% △국민은행 2.4% △신한은행 1.7%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는 대손비용 부담이 전년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계·기업 부문의 잠재 손실 우려는 잔존해 있지만, 그동안의 선제적 충당금 기조를 고려했을 때 전년과 같은 대규모 추가 적립 부담은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마진 압박은 지속되겠지만 여신 성장이 전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손비용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며 전반적인 은행의 실적은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는 대손비용보다 은행들에 요구하는 상생금융, 사회환원 등이 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권에선 올해 영업 환경에 대한 경계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PF 부실과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 불확실성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예상하는 게 올 하반기쯤인데, 결국 올해도 6개월 정도는 고금리 상황 속에서 영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내부적으로 여신 성장을 2% 정도로 예상하고, 전체 자산 성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PF 부실 같은 경제적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