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돌파구 찾는 보험업계…'제3보험·해외진출' 수익 다각화 절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 보험업계의 저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돌파구 마련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생명보험사들은 새해 첫 상품으로 건강보험을 출시하며 제3보험 시장에서 손보사들과의 격전을 예고하고 있고, 손보사들은 신사업 진출과 손해율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12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보험산업 수입(원수)보험료는 전년 대비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권별로는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전년 마이너스 10.1%(예상치)에 비해 10.7%포인트(p) 오른 0.6%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6.7%에서 2.3%p 낮아진 4.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생‧손보 모두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의 저성장 원인으로는 보험업권을 둘러싼 환경이 비우호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GDP 성장률은 2%대,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2% 내외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보험가입 및 유지여력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관련 자산 부실화 위험이 지속되며 건전성 및 투자손익 관리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기평은 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초 저축성보험 취급이 크게 증가한 기저효과로 저축성보험의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한 영업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가입여력 저하와 기저효과가 신계약 증가 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장기보험 성장세 둔화로 저성장이 예측된다. 손보업계는 지난해 12월 '상생금융' 동참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발표한 바 있다.
■ 생‧손보 격전지 된 제3보험 시장
생‧손보를 막론하고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주요 생보사들은 올해 첫 신상품으로 건강보험을 내놓으며 손보업계와의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제3보험은 대표적인 고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제3보험의 보험산업 내 비중은 2010년 18.1%에서 2020년 25.1%까지 확대됐다. 10년새 7.0%포인트(p)나 늘어난 것이다. 제3보험은 장기보험인 만큼 CSM 확보에도 유리해 지속적인 수익을 꾀할 수 있다.
손보사의 점유율이 75%를 차지해 생보사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생보사들은 제3보험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큰 수익성에 주목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제3보험의 대표 담보인 뇌‧심장질환은 생보사의 자체 위험률이 없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률인 국민통계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출해 왔다. 때문에 자체 위험률을 가진 손보사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게 산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생보사들도 자체 위험률을 개발할 수 있게 돼 생‧손보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생보사의 경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신규 가입 고객이 많지 않아 종신보험 등의 상품에서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 확대를 위해 제3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만큼 손보사와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GA채널 강화로 점유율 제고 나서
생보사들은 제3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 보험대리점(GA) 채널 강화를 통한 영업확대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3일 경영전략회의에서 GA 혁신 전략을 통해 GA 채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전속 설계사 조직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속도감 있고 혁신적인 상품 공급과 플랫폼 연결을 통한 고객 확장 전략으로 영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KB라이프생명은 자회사형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에 400억원을 출자하며 GA 영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나섰다. 흥국생명도 이달 초 GA 자회사 HK금융파트너스에 100억원을 출자해 영업력 강화를 지원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12월 GA 설계사 전용 모바일 영업지원 플랫폼 'GA플러스'를 출시했다. 설계사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상품을 판매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GA 채널을 통해 제3보험 상품 영업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전략"이라며 "GA 채널의 실적은 보험사의 실적 개선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손보업계 車보험 손해율 방어‧신사업‧해외진출 등 전략
손보업계는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만큼 손해율 악화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상반기 보험료 인하와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 감소 등으로 성장이 약화되고 있다. 또 보험료가 저렴한 온라인 채널 비중 증가, 마일리지 특약 의무 가입 등도 자동차보험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료 확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이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료를 인하해 손해율 관리가 중요해졌다"면서 "원자재 가격과 정비공임이 상승하고 엔데믹 이후 이동량이 증가하고 계절적 요인에 따른 사고 증가 등을 감안하면 손해율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손보사들은 요양사업과 펫보험, 해외진출 등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신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올해 '초격차 삼성화재로의 재탄새'이라는 경영 화두를 던지며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 확대를 경영기조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확대는 숙명"이라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 성과의 안정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며했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요양‧펫보험 등 미래시장 선도를 위한 사업모델들을 본격 추진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DB손보는 지난해까지 베트남 시장 내 상위 손보사 10곳 중 3곳을 확보해 해외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KB손해보험은 펫보험 사업 전담 부서인 'Pet 사업 Unit' 조직을 신설하고 수익모델 발굴에 나섰다. KB손보는 반려동물 전문 업체와 제휴를 통해 펫 전용 헬스케어 서비스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국내 장기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새롭게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업계 전반에서 신사업 확대, 해외진출 등 다양한 수익서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