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정책 민감도에 ‘시장 변동’ 유의…열쇠는 ‘美 매크로’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시장 예상대로 국내 기준금리가 8회 연속 동결된 가운데, 중앙은행 정책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시장의 변동성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국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 조만간 진행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국내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결정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현 수준까지 인상된 이후 8회 연속 동결이다.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경로가 뚜렷해지기 이전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우선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12월 FOMC 의사록에서 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돼서다.
게다가 한국 CPI도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하는 등 국내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어 금리를 변동하기 어려웠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조사한 ‘2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98%는 이달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인상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으며, 25bp(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2%로 나타났다.
현재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최소한 이달 FOMC에서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통위는 운신의 폭이 제한된 셈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어떠한 스탠스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통위의 행보에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인상 기조과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대외 사정보다 특별히 쳐지지 않는다면 굳이 먼저 인하를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태영건설을 필두로 한 PF 리스크는 걸리지만, 지금 금통위가 해당 분야에 대해 금리 인하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이번 금통위는 국내 인하 시점이나 폭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는 회의가 되겠으나, 그나마 기대할 부분은 이전과 달리 추가인상의 여지를 강하게 열어둔다고 발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예상된 기준금리 동결에도 중앙은행의 발표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시기인 만큼, 장중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 정책 행보에 대한 민감도가 커 장중 한은 금통위 이후 원·달러 환율 및 국내 시장 금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오는 3분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한국 성장률이 지난해 상반기 바닥을 다진 이후 점진적으로 반등하고 있어서다. 또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 민간소비 부담도 다소 완화된 상황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겠다고 언급했다”며 “최근 부동산 PF 우려가 있지만, 2022년에 확인할 수 있듯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 불안을 분리 대응하고 있고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PF 우려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여력이 악화되고 있는 현행 금리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 대비 초과 수요를 기록했으나, 모든 기간 물에서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가금리(민평금리) 대비 가산금리가 생기는 ‘오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동산 사업 이외 다른 부문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중소형사의 경우 시장 대응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부분 증권사의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저가 자기자본의 30%를 육박하거나 상회하는 가운데, 중소형사는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본 PF의 부담이 크다”며 “향후 일부 증권사의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부동산 금융 재무안정성 사업구조가 취약한 증권사의 신용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