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하락 속 ‘머니무브’ 주목...한미 금리 향방 촉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 말 하락 전환한 은행권 예금금리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 확산한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금리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금리 국면서 위축된 증시 회복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중 자금이 연쇄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전일 기준 연 3.70~3.90%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까지 유지한 연 4%대가 지난해 12월 붕괴됐고, 현재까지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각각 연 3.90%, 3.80%로 나타났다. DGB대구은행과 BNK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과 Sh수협은행의 경우 아직 연 4.00~4.25% 수준의 금리를 제공 중이다.
이는 최근의 채권금리 하락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연내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금융시장에 선(先)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이는 은행채(1년물·AAA등급) 금리는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3.71%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일과 비교하면 0.25%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발행 완화로 정기예금 의존도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22년 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치솟으면서 나타난 ‘역(逆) 머니무브’가 올해는 ‘머니무브’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요국 긴축 종료 기대가 증시 회복 재료로 쓰이고, 그만큼 투자 심리도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KOSPI)는 전일 2669.81로 거래를 마쳤는데, 지난해 12월 1일(2505.01)과 비교하면 164.8포인트(p) 상승했다. 코스닥(KOSDAQ) 역시 같은 기간 827.24에서 878.93으로 51.69p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빠른 연준의 스탠스 전환, 제롬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시작 발언 등은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우호적인 변화”라며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기, 통화정책 모멘텀이 동시에 개선되는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고,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잔존해있는 만큼 은행권 자금 이탈이 가시화되진 않는 분위기다. 정기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와 투자처를 물색하는 ‘대기성’ 수요가 혼재돼 있다는 진단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당분간 기준금리(현재 연 3.50%)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에는 원금이 보장되고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증시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대규모로 돈을 빼려는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