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족한 인뱅의 ‘포용금융’ 성적표···연말 목표 달성 불투명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가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공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올 연말 목표치 달성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포용금융 동력도 약해지는 모양새다. 인뱅들은 내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케이뱅크 26.5% △카카오뱅크 28.7% △토스뱅크 34.5%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체 신용대출 잔액에서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들에 내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은행별로 보면 올 3분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전분기 대비 각각 2.5%포인트(p), 1.0%p 상승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올 3분기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전분기보다 4.0%p 급락했다.
인뱅들은 지난 2021년 금융당국에 3개년 동안 맞출 중저신용 대출 비중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올 12월 말까지 케이뱅크는 32%, 카카오뱅크는 30%, 토스뱅크는 44%를 중저신용 대출로 채워야 한다.
3분기까지 진도율을 봤을 때 카카오뱅크는 연말 목표치보다 1.3%p 못 미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공급 흐름을 봤을 때 올 연말 목표치 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케이·토스뱅크다. 케이뱅크의 경우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연말까지 5.5%p를 늘려야 한다. 목표치를 가장 높게 설정한 토스뱅크는 아직 9.5%p나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케이·카카오·토스뱅크 동시에 목표치 달성에 성공한 적은 없다. 2021년에는 인뱅 3사 모두 연말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고, 2022년에는 토스뱅크가 실패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 속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둔화하거나 역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인뱅들 입장에선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치가 사실상 ‘규제’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이 수치가 인뱅의 출범 취지 중 하나인 포용금융 이행 성과와 직결됐다고 본다. 만일 인뱅들이 설립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사업 인허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중저신용 대출 공급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 건전성 악화가 변수로 떠올랐다. 올 3분기 기준 인뱅 3사의 연체율 평균은 0.85%에 달한다. 같은 1금융권에 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평균인 0.28%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게 인뱅들의 설명이다. 은행은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대비하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결국 인뱅들의 중저신용 대출 속도조절은 건전성 관리 목적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인뱅들의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는 매년 상향돼 왔는데, 내년부터 적용할 수치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금융당국은 인뱅들의 건의 내용 등을 토대로 중저신용 대출 운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각에선 내년도 올해 수준의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를 적용하거나, 비중 산정 기준을 잔액에서 신규 취급액으로 변경하는 등 사실상 규제 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는 인뱅들이 성실히 중저신용 대출을 시장에 공급했다는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
인뱅들의 올 연말 목표치 달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올해도 전체 또는 일부 인뱅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논의에 부정적 영향이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권에 번지는 상생금융도 변수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이 다음 달 중으로 중저신용 대출 비중 관련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유연한 정책 운용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포용금융 이행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잔액 기준으로 하면 신용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중저신용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변경하면 실제 시장에 공급한 성과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포용금융을 이행하겠다는 목표에 변함은 없지만 건전성 관리도 포용금융만큼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