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파리크라상의 첫 희망퇴직에 담긴 시사점...무리한 정규직화엔 반작용이 따른다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SPC그룹 자회사인 파리크라상이 1986년 창사 이래 첫 번째 공식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망퇴직은 최근 유통업계 전반을 휩쓸고 있는 황량한 풍경이다. 불경기로 인한 소비악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압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경영효율화를 표방하고 있는 파리크라상의 희망퇴직에는 제3의 변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이 2017년 파견근로자 전원을 정규직화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급증한 인건비 부담이 경영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인건비 압박에 최근 불거진 식품 원자재비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이 겹쳐 경영 상황을 지켜보며 직원 수를 조절해야 하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파리크라상은 15년차 이상 근속지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1년6개월치 급여와 1년치 자녀 학자금을 지급한다. 또, 계열사 가맹점 개설을 희망하면 제반 비용을 2년~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브랜드는 △파리바게뜨 △라그릴리아 △리나스 △쉐이크쉑 △잠바주스 △파스쿠찌 △피그인더가든 등 총 14개다.
파리크라상의 영업 이익을 살펴보면, 최근 3년 사이 66.3% 감소했다. 영업 이익은 2018년 558억9496만원에서 2019년 760억7185만원으로 증가했지만, 2020년 346억8171만원, 2021년 334억4367만원, 지난해 187억9994만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소폭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큰 의미가 없다. 연도별 매출은 2019년 1조8351억1066만원, 2020년 1조7705억1286만원, 2021년 1조8511억9891만원, 지난해 1조9847억4044만원 이다.
SPC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SPC가 2017년 사회적 합의 이후 5300명 이상의 직원을 정규직화 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 인건비의 30%를 자회사인 PB파트너스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이 부담액이 최근 3년간 40% 증가하면서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정규직 직원의 인건비를 동시에 분담하고 있는 점주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제조원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SPC 전체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며 “경영 실적을 고려했을 때 최근 3년간 SPC 전체 임원 수에 큰 변화는 없고, 신규 채용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리크라상 희망퇴직 규모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희망퇴직 신청이라 규모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는 SPC가 무리한 인원 감축보다는 경영 실적을 지켜보며 신규 채용을 미루는 방식으로 현 임직원수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크라상의 경우, 소비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환경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파견근로자의 무리한 정규직화 정책이 인건비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SPC는 2017년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제빵 기사를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에 따라 같은 해 12월 제빵 기사 약 5300명을 자회사를 통해 직접고용 했다.
또 그룹 내 협력사 소속의 물류·노무·판매직 직원 2000명도 순차적으로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1년 사이 총 9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급여와 복리후생을 개선했다.
SPC는 시정조치 이후 사회적 합의를 시행하는 3년 동안 제빵 기사 임금을 총 39.2% 인상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소속 제빵기사 등 4000여명은 사회적 합의 이행 결과에 만족했지만 민주노총 소속 200여명은 같은 기간 임금 인상률이 24.99%에 불과하다고 항의했다. 또 SPC 본사 직원 수준의 임금 향상과 대우를 희망하며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파리크라상은 이후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임직원수 증가에 한계를 보였다. 파리크라상 임직원 수는 2020년 기준 약 5200명에서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하반기 3년 만에 하반기 공채를 진행했지만 평택 공장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로 전국적인 불매 운동이 일어나 경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며 신규 고용이 어려워졌다.
과거 정부와 민주노총 등의 압력에 의해 진행된 파리크라상 제빵기사들의 정규직화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형평성을 증진시킨 정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무리한 정규직화가 희망퇴직이라는 반작용을 낳은 셈이다. 처음부터 파리크라상의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직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는 향후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