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의대 정원 확대’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 심화…공감대 형성하며 정교하게 진행해야
보건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 발표... 2030년까지 3953명 증원
의협 “정부 수요조사는 과학적·객관적 조사 아냐, 목적에 따라 변질될 것” 비판
"의대 정원 확대는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무리한 증원을 밀어붙인다면 포퓰리즘"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정부와 의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 단체와 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사 단체는 자신들 의견이 관철되고 있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김이연 이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보건복지부가 의협과 협의하겠다라고 했지만 실상은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통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은 보건복지부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가 15일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날 의협은 의료현안협의회체 회의(17차)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정부의 수요조사는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면서 “수요 조사 결과는 현실을 왜곡하고 각자의 목적에 따라 변질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22일 열린 의료현안협의회체 회의(18차)에서는 양측이 어떤 논의도 나누지 못한 채 감정 토로만 하고 끝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최대 2847명까지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2025년 의대 정원은 총 5905명이 된다. 수요 조사만 놓고 보면 오는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을 최대 3953명 확대할 수 있다.
■ 의사 단체,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안해…논의를 통해 정교하게 조절해야
필수 의료 인력 기근 현상이 심해지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돌파구로 삼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속한 시일 내에 의대 정원 확대 정례화를 촉구하며 입법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의사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시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에 대해 의사 단체들이 반대의 뜻을 내비치자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이연 의협이사는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의사라는 특수한 직군의 인력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교하게 조절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수요 조사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2030년에는 의대 정원이 현재의 두 배가 된다. 의사 단체들은 한 학년의 40명 정원을 7년 동안 80명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교수진도 매우 부족하고 의학 교육시스템이 갖춰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안대로 의대 정원을 늘렸다가는 학생들의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 현장의 서비스 질 저하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병원에 교수가 많아서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교육 인력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기초 의료 관련해 교육할 사람은 없다”면서 “지방에는 환자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지방에 의대를 설립하고 대학병원을 짓는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 의협 모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기간 동안 얼마나 늘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명의 의사가 만들어지려면 10~15년이 걸린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그 효과가 최대 2040년 이후에 발현되게 된다.
이를 고려해 지역 간의 의료 격차와 인구 증가율, 필수 의료인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또 사회적 합의도 수반돼야 한다.
박 회장은 “환자와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수용하지 않고 정원만 늘려 학생만 많이 받고자 하는 대학 등의 수요만 파악하고 이를 정부와 정치권이 밀어 붙인다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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