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미 노동시장②] 인플레 자극하는 단기계약 관행 바뀔까
물가상승률 그때그대 곧바로 반영하는 미국 노동시장의 특징인 2년 단기계약 관행이 인플레 자극, 노동시장 과열 이끌던 여가접객업 고용증가세 눈에 띄게 감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을 끈질기게 괴롭혀온 미국 노동시장 과열이 결국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열된 노동시장은 미국의 물가상승을 자극하며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연2%)를 위협하던 최대 요인으로 꼽혔었는데, 상승세가 뚝 꺾였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이 향후 차갑게 냉각될 것이란 신호는 아직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과열양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통계만으로도 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노동시장 현황과 향후 금리, 증시에 미칠 영향을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그동안 과열양상을 보여왔던 미국의 노동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 입장에서는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연준은 작년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9% 수준을 나타내자 그 직후부터 강도 높은 금리인상조치를 단행했다.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오가는 등 쉼없이 금리를 인상시켜 연 5.25~5.5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주범인 노동시장 과열양상이 확연히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정책에 보다 여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10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대비 15만건이 증가해 9월 기록한 33만6000건 증가세와 비교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가가 내놓은 전문가 전망치 17만건과 비교해도 2만건 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연준이 노동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용시장이기 때문이다.
호봉제에 기반하여 해마다 임금이 조금씩 올라가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2년짜리 단기계약이 많다. 2년 계약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용을 할 때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금을 결정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심하면 임금상승률도 가파를 수밖에 없다. 가파른 임금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하고, 올라간 물가상승률에 맞춰 다시 임금을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금인상을 그때그때 맞춰주는 관행은 소비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반면, 물가상승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고용시장이 뜨거워지면 임금인상을 더욱 부추겨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업무상의 이유로 미국을 다녀온 많은 기업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는 “안 오른 것이 없고, 올라도 너무 올랏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은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보다 체감 물가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팁은 과거에는 15~25% 사이에서 손님이 서비스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불하곤 했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식당에서 최소 18%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팁 자체가 일종의 세금처럼 따라붙는 미국에서는 팁이 오르면 체감물가를 더 자극하게 된다.
10월 노동시장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여가접객업의 고용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개월간 미국에서는 여가접객업이 월평균 5만2000건 증가했는데, 10월에는 그 증가폭이 1만9000건으로 반토막 이상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접객업의 일자리 증가세 둔화는 그동안 서비스업종이 미국 노동시장 과열을 이끌어왔다는 점에 비춰 노동시장이 냉각기로 돌아서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의 파업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서비스업종의 일자리 감소는 미국 노동시장이 하반기들어 빠르게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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