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아마존②]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불공정 행위 칼 빼들어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0.29 22:59 ㅣ 수정 : 2023.10.30 13:26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리나 칸 위원장, 아마존 불공정행위 겨냥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비롯해 뉴욕, 코네티컷, 미시건 등 17개 주에서 동시다발 대규모 소송 벌여, 아마존 측 "사실 아니다" 적극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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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공룡으로 불린다. 아마존의 성장전략은 최저가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가장 싼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마존이 깔아놓은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납품업체들 입장에서는 최저가에 맞추기 위해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존의 성장전략이 몰고온 최저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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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한국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면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있다. FTC는 미국 반독점법에 따라 규정을 집행하고 소비자보호를 추구하는 미국정부의 독립기관이다. FTC는 미국 법무부 반독점부와 연방 민사 불공정거래 사법권을 공유할 정도로, 미국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기업들 사이에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그런 FTC가 아마존을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 이번 소송에서는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비롯해 뉴욕, 코네티컷, 미시간 등 17개 주도 동참해 사실상 전국적 규모의 소송으로 확산되고 있다.

 

◇ FTC, 아마존프라임 정조준= 아마존이 코로나19 기간 중 고속성장을 구가한 배경에는 아마존프라임이 큰 역할을 했다. 아마존프라임은 매월 12.99달러, 연간 139달러를 지불하면 무료 배송, 2시간 배송,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혜택을 받는 서비스로, 아마존은 코로나 시작과 함께 아마존프라임 이용자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아마존프라임이 아마존 측의 홍보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FTC는 아마존이 수백 만 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동의도 없이 유료 구독 아마존프라임 서비스에 등록시키고 취소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 연방법원에 아마존을 고소했다.

 

FTC 주장에 따르면 아마존은 조작적이고 강압적 혹은 기만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아마존프라임 구독을 자동으로 갱신하도록 속였다는 것이다. FTC는 향후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민사 처벌과 영구적인 금지 명령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FTC가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아마존프라임 취소를 시도한 소비자들은 취소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여러 미로 같은 단계에 직면해 탈퇴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또 조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적인 위법행위'도 저질렀다고 FTC는 밝혔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성명을 통해 연방거래위의 주장을 “사실과 법에 대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는 FTC 수장= FTC를 이끄는 리나 칸은 예일대 재학시절부터 아마존을 겨냥한 논문을 발표해 업계에서는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198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1세 때 미국으로 건너 온 파키스탄계 이민자인 칸 위원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FTC 위원장으로 발탁됐을 때부터 아마존과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소문이 자자했다.

 

칸 위원장은 예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미국 독점금지법의 현대화 필요성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칸 위원장은 해당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 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아마존을 직접 겨냥했다.

 

칸 위원장이 겨냥하고 있는 아마존의 불공정 행위는 비단 아마존프라임에만 머물지 않는다.

 

FTC 등은 소장에서 “아마존은 상품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주는 대가로 판매자들이 자사 물류·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하고, 아마존 외 경쟁 사이트에서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파는 업체들에는 페널티를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FTC는 “이는 연방 및 주 정부의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FTC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마존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자를 희생시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칸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아마존은 판매자들이 2달러를 벌어들일 때마다 1달러를 가져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소송에서) 성공한다면 경쟁은 회복될 것이고 사람들은 더 낮은 가격과 더 나은 품질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소송이 가져올 정당성을 강조했다.

 

◇ 납품업체에는 절대적 갑의 위치 아마존 생태계 변화올까= FTC는 아마존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슈퍼스토어 시장과 판매자들을 위한 별도의 시장 등 두 개의 시장에서 반경쟁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FTC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아마존이 자산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사실상 아마존을 강제적으로 축소시켜 절대적 시장지배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아마존 측은 FTC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마존 측은 특히 FTC의 공격이 결론적으로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마존 측은 이번에 제기된 소송에 대해 “FTC 주장대로라면 그 결과는 독점금지법이 의도하는 것과는 정반대일 것”이라며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수는 줄고 가격은 높고 배송 속도는 느려지고, 소기업을 위한 선택권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FTC가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는 아마존프라임에 대해서도 아마존은 성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프라임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디자인상 고객들이 프라임 회원권에 가입하거나 취소하는 것을 분명하고 간단하게 만든다”고 말해 탈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FTC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는 칸 위원장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의 정면승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아마존의 패소로 끝난다면 아마존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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