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케이블TV 송출 수수료 더는 못버텨"…희망퇴직·송출중단 불사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홈쇼핑 업계가 시청자 수 감소와 유료방송사업자(SO)와의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측의 유례없는 대치 국면이 자칫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하는 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다. 결국 홈쇼핑업계들은 케이블 TV에 송출 중단을 고지하거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케이블 TV 사업자인 '딜라이브 강남'에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지역에서 딜라이브 강남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롯데홈쇼핑 채널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당사 판매 수수료보다 송출 수수료가 높아 적자가 지속됐다"며 "이에 회사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채널 번호 이동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한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도 'LG헬로비전'을 상대로 29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방송 송출이 중단되면 서울, 경기, 강원, 충남, 경북 등 23곳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현대홈쇼핑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CJ온스타일 역시 'LG헬로비전'에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시 빠르면 10월부터 방송 공급을 중단한다. 송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또한 업황 악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청 대상은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인 직원이다. 자발적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며 희망퇴직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 홈쇼핑 업계는 TV 시청자 수가 감소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분기 기준 롯데홈쇼핑 매출은 2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은 2.9% △CJ온스타일은 1.7% △GS샵은 12.5% 감소한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은 방송법 위반에 따른 새벽방송 중단 영향까지 겹치며 2분기 영업이익이 무려 92.8%나 급감했다. △현대홈쇼핑은 58.4% △CJ온스타일은 4.2% △GS샵은 15% 줄어든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송출 수수료는 최근 연평균 8%씩 증가해 왔다. 그 결과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이 65.7%에 달한다. 2018년 46.1%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9.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송출 수수료 감액' 또는 '채널 번호 변경'을 유료 방송사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송출 수수료는 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앞 번호일수록 높게 측정된다. 이에 비교적 송출 수수료가 낮은 뒷 번호로 채널을 옮겨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홈쇼핑 업계는 업황 악화를 호소하며, 방송 송출 중단을 두고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시청자 수와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송출 수수료는 오르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버텨오다가 채널 번호를 뒤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방송 송출 중단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블 TV 또한 매출에 있어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요구를 들어줄 순 없는 상황"이라며 "홈쇼핑이 앞 번호 채널에서 빠지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그 채널을 메꿔줘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송출 수수료 문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