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 "통신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첨단 디지털 사업으로 승부해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통신사업자의 미래 목적은 인간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적극 제공하는 것이다"
KT를 새롭게 이끌어 가게 된 김영섭(64) KT 신임대표가 7일 텔코(Telco·통신사업자)에게 차세대 네트워크와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를 바탕으로 한 다각적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영섭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막을 올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 참석해 '통신사 주도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GSMA가 개최하는 M360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대륙별 모바일 산업 현안과 관련된 주제를 정해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M360 APAC으로 KT는 국내 대표 ICT 기업으로 호스트 스폰서를 맡았다.
전 세계 ICT 리더를 비롯해 정부, 규제기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관계자 등 주요 인사 1000명 이상이 참여한다. 소규모 전시도 마련돼 최신 모바일 기술과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M360 APAC 주제는 ‘디지털 퍼스트 미래를 선도하라(Leading a Digital-first Future)’다. 이에 따라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 핀테크 등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논의한다.
특히 콘퍼런스의 백미(白眉)인 오프닝 기조연설(Keynote)은 ‘개방된 디지털 국가 선도(Leading an Open Digital Nation)’를 주제로 다뤘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영섭 대표는 미래 디지털사회에서 통신사업자의 새 역할과 이를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통신사 주도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Shift to the Telco-led Digital Paradigm)’을 주제로 미래 디지털사회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추구해야 할 노력과 국가 디지털경쟁력 확보를 위한 역할을 짚었다.
이를 통해 ICT 강국에 이어 디지털전환(DX) 선도국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 변화를 전 세계에 공유했다.
그는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인프라 제공에 안주하지 않았느냐'며 반성하는 의미의 질문으로 연설의 포문을 열었다.
김영섭 대표는 “지금까지 텔코가 제공하는 연결(connectivity)은 IT(정보기술)를 포함해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AI, 클라우드, 로봇, 메타버스 등 모든 신규 기술의 토대가 됐지만 통신은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그 가치가 쉽게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업자들이 그동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독점적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것에 만족하는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 사이 빅테크기업들은 텔코가 구축한 인프라에 메신저, 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디지털 생태계 주인으로 거듭났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통신사업자들도 변화해야 할 시기가 왔다. 내부적으로 혁신에 실패하면 외부 힘에 의한 변화가 강요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AI, 자율주행 등 빅테크기업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IT 역량을 쌓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재 KT는 ‘디지털혁신 파트너’라는 새 지향점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AI고객센터, 보안, 메타버스, 교통과 모빌리티(이동수단)를 주요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텔코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영역을 목표로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섭 대표는 텔코가 미래 디지털사회 패러다임을 이끌려면 홀로그램 통신, 딥러닝에 기반한 초지능 로봇, 양자암호통신 등 새로운 방식의 통신이 녹아든 세상으로 6G(6세대 이동통신)와 새로운 ICT 영역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코는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먼저 발굴하고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노력은 단순히 기업 성장 이상으로 국가 디지털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을 창출하고 이끌기 위해 고객, 파트너 업체, 기술기업들과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통신사업자 간 네트워크 및 차세대 통신서비스 협력, 기술혁신 스타트업과 제휴 및 M&A(기업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이통사가 고객, 파트너, 빅테크업체와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이통사 간 협력을 네트워크, 클라우드 분야를 적극 추진하고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KT는 32개 통신사와 함께 GSMA 오픈 게이트웨이에 참여해 개방형 API 시장을 열고 있으며 AI반도체, AI인프라 소프트웨어, 버티컬 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들과 함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IP)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미래 디지털사회를 열기 위한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영섭 대표는 “KT는 AI,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 분야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내부 인력들의 능력 개발(스킬업·Skill up)을 진행 중"이라며 “국가 차원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해 AI 인재 교육과정인 에이블 스쿨과 국내 대학에 AI 관련학과를 개설해 디지털 역량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성공했다고 끝난 게 아니며 실패가 치명적인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나가는 용기’라는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해 통신사업자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그는 “개방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인류 삶의 가치를 개선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먼저 적극 제시하는 것이 미래 텔코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