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ESS 설치규모, 중국·미국 및 독일은 급성장한 반면 우리는 역성장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단순히 스마트 폰의 전력원을 넘어서 탄소중립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향후 UAM(Urban Air Mobility) 등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이끌 중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대전에서 선두는 중국의 CATL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및 SK온 등의 추격을 받고 있어 글로벌 경쟁구도는 중국의 CATL, BYD 등과 우리나라 3사로 압축된다. 그러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3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도 배제할 수 없다. CATL을 필두로 국내 3사를 포함하여 세계 주요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대전의 양상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은 수요/가격 변동성에 보다 탄력적인 전력망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전례 없는 성장을 누리고 있는 분야가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 Battery ESS)이다.
• 주요국, 최근 BESS 분야 투자 급증 추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BESS 분야 전세계 지출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는데 미국, 중국 및 유럽이 전체 지출의 90%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BESS 지출은 지난해 약 80억달러로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했으며, 금년에는 발전소 규모 BESS의 경제성과 정책 지원에 힘입어 14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BESS 투자 추이 (단위: 십억달러)>
유럽에서도 BESS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되는 투자 기회로서 넥스트 에너지(70%)와 엘파워(30%)의 합작 투자 파트너십은 최대 3억7000만달러의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BESS 분야 투자가 2022년 총 60억달러로 2021년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금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하여 1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플레 감축법(IRA)에 따른 혜택 증가 기대가 특정 프로젝트의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BESS 관련 환경은 점점 더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2022년에 2021년보다 27% 더 투자되어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며 금년에는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주요국의 태양광 및 풍력설비 확대와 정책적 지원이 BESS 투자 가속화
이러한 BESS 시장 급성장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투자의 급격한 확대가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등을 보완하면서 전력망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ESS, 그중에서도 특히 BESS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재생에너지의 전세계 지출은 비용 및 공급망 압박에도 불구하고 태양광과 풍력 투자 급증(특히 중국)에 힘입어 약 6천억달러로 신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크라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완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중국, 유럽 및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특히 태양광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년 재생에너지 투자가 10% 증가한 65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관련 투자는 지난 4년 동안 급증세를 유지하여 지난해 35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풍력 역시 2020년의 하락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 22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면에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자본 지출은 2022년에 약 1100억달러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2016~2021년 기간중 연평균 1350억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석탄 및 화력발전소 관련 최근 투자는 거의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4년간 전세계 발전원별 투자 추이 (단위: 십억달러)>
미국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 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의 세액 공제를 연장했으며 생산세액 공제 및 투자세액 공제도 실시함에 따라 BESS를 비롯한 전력망과 청정전력 장비 제조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수력을 제외하고도 재생에너지 목표를 전력 소비량의 18%로 상향 조정하였다.
EU 역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탈피 및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REPowerEU 계획과 탄소중립 산업법 등으로 2030년까지 EU 2030 재생에너지 목표를 45%로 상향 조정하였으며 전력망에 대하여 최대 2250억유로 대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유럽 9개국은 2030년까지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을 120GW 이상, 2050년까지 300GW 이상으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미국, 중국 및 유럽의 재생에너지/BESS 관련 주요 지원 정책>
• 국내 재생에너지와 BESS, 최근 2년간 투자 매우 부진
이에 비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중국에 이어 세계 시장을 4분의 1 정도 점유할 만큼 국가경제에 비해 매우 큰 생산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BESS는 최근 설치가 급감하였다.
이는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정치형 BESS에서 발생했던 화재 및 폭발 사건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사고 이후의 제도 개선 등 정책적 지원이 미흡한 데 따른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연도별 ESS 설치규모 추이 (단위: GW)>
지난 2017년까지 국내 ESS 신규 설치는 1GW에 불과하였으나 2018년 3.8GW, 2019년 1.8GW, 그리고 2020년에는 2.8GW로 급증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의 연간 ESS 설치 규모는 0.3GW 이하로 급락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2년간 태양광 설치 규모가 주요국 대비 작을 뿐만 아니라 감소 추세에 있다.
중국이 지난해 125GW에서 금년 155GW로, 미국은 지난해 25GW에서 금년 35GW로, 그리고 독일 또한 지난해 7GW에서 금년 10GW로 태양광 설치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는 데 반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는 지난해 3GW에서 금년에는 2.5GW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 및 주요국 최근 2년간 태양광설비 설치 현황 (단위: GW)>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BESS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로 정착되었다.
따라서 국내 태양광 및 풍력 잠재량이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지라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와 관련 중소기업들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라도 BESS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일정한 내수 규모의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