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108)] 방공유도탄여단장 (18) 자유분방함보다는 엄격한 임무 지향적이었던 '지휘 스타일'의 장단점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8.18 18:45 ㅣ 수정 : 2023.08.18 18:45
독선적이었지만 비정치적이고 임무에 충실했던 패튼 장군이 '군인 중의 군인'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다시 여단장 얘기로 돌아간다. 가을이 깊어졌고, 11월의 어느 날 참모총장의 여단 순시 계획이 하달되었다. 당시 참모총장은 정경두 대장(후에 합참의장 및 국방부 장관 역임)으로서 사관생도 시절부터 많은 후배들이 따르던 인자한 성품의 선배 장교였다(필자가 1학년 생도일 때 정경두 대장은 3학년 생도였다. 1학년 생도의 눈에도 정경두 생도는 인자하고 깊이 있게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전역식 이전에 개인적으로라도 한번은 만나보고 싶었는데 참모총장의 여단 순시가 계획되어 있으니 잘된 일이었다.
필자가 중령이나 대령일때 참모총장의 부대 방문이 계획되면 모두들 엄청 긴장하고 참모총장 방문 준비에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내공이 쌓여서 그런지 이번 참모총장 방문은 그렇게 긴장되지도 않았고, 부대원들이 난리법석을 떨게 하지도 않았다.
11월 말의 어느 날, 여단본부 현관에서 참모총장을 맞이한 필자는 접견실로 이동하면서 간략하게 부대 현안에 대해서 보고했고, 참모총장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필자의 보고를 받았다. 접견실에서 참모총장은 필자에게 전역 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었고, 필자는 대략 이러이러한 계획을 다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더불어서 필자의 전역식은 여단장 이임식때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참모총장에게 건의를 했고, 참모총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공군에서 장군 전역식은 전역하는 장군이 부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통 해당 부대에서 실시한다. 부대장이 아닌 경우에는 공군본부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내가 지휘했던 부대에서 전역식을 하기를 원했다)
대회의실에서 부대 작전태세와 애로 및 건의사항을 보고받은 참모총장은 몇가지 질문과 더불어 훈시와 덕담을 하였고, 부대를 한바퀴 돌아본 후에 순시를 마쳤다. 이로써 여단 본부에서의 큰 행사(작전 임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끝났다. 이제는 전역식을 앞두고 일반적인 부대 업무나 개인적인 일을 마무리하는 일만 남았다.
그렇지만 필자는 후임자에게 지휘권을 넘겨줄 때까지 임무에 소홀하고 싶지는 않았다. 전역식을 며칠 앞두고도 간혹 참모들이 나태하거나 임무를 소홀히 할 경우에는 엄중히 경고했다. 언젠가 언급했지만 필자의 지휘 스타일은 자유분방함보다는 엄격한 임무 지향적이었다. 그러다보니 부대원들에게는 인기가 없었을 것이다.
2차 대전시 연합군 장군 중에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미국의 패튼(George S. Patton) 장군이다. 패튼 장군은 성격이 매우 강하고 독선적인 면이 많았지만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고 오로지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하였던(부하들에게는 상당히 엄격했다), 전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던, 그래서 수많은 전장(戰場)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군인 중의 군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